[한경닷컴] 세르비아 의회가 1995년 약 8000명의 보스니아 무슬림을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AFP통신은 1일 세르비아 의회가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규탄하고 공식 사과하는 결의안을 전체 의원 250명 중 127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스레브레니차 학살은 1995년 7월 라트코 믈라디치 세르비아 사령관이 이끄는 군대가 스레브레니차를 침공해 보스니아 무슬림 남성 8000여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세르비아는 지금까지 이 학살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계속 부인해 왔다.세르비아 의회는 결의안에서 “보스니아 무슬림을 대상으로 행해진 학살을 규탄하고,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와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의 대통령은 의회 결의안이 통과된 후 “이번 사과는 세르비아가 유럽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세르비아의 결의안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미국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의안 통과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정치적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세르비아는 지난해 12월 EU에 가입신청서를 공식 제출했고, 내년에 가입 후보국에 오르기를 희망하고 있다.또 이번 결의안에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라는 용어가 빠진 데에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국제사법재판소(ICJ)는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했지만,세르비아 의회는 이번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그 용어를 삭제했다.이에 대해 한 희생자 가족은 “이번 결의안에 깊은 실망과 슬픔을 느낀다”며 “제노사이드가 빠진 결의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