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한국의 미래를 들어올리는 거중기가 되겠습니다. "

으뜸기술상을 주관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서영주 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이 거중기를 이용해 수원 화성을 축조한 것처럼 그동안 축적된 KEIT의 노하우를 이용해 한국의 산업기술 연구개발(R&D)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 산하 KEIT는 산업기술 R&D 분야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은 물론 지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평가하는 업무까지 맡고 있다.

KEIT와 한국경제신문이 으뜸기술상을 제정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정부 예산을 이용한 R&D 프로젝트 성과를 제대로 평가,뛰어난 실적을 거둔 연구자에게 상을 수여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 전 산업현장에서 연구개발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다. 서 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으뜸기술상 제도가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잘 정착돼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내는 R&D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EIT는 지경부가 지난달 지식경제 R&D 체계를 기존 정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혁신전략의 선봉 역을 맡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정부부처 중 최대 규모인 4조4000억원의 R&D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며 예산 운영방식을 △시장 친화 △성과 위주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신전략을 채택했다.

서 원장은 "KEIT가 '지식경제R&D시스템 혁신위원회'의 총괄 간사를 맡았고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과제 실행 기반을 마련했다"며 "R&D 사업구조 개편안을 오는 5월쯤 확정한 뒤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과 '100대 전략제품 기술선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KEIT가 추진하는 R&D 프로세스 쇄신 방안은 연구개발자의 기획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서 원장은 "기존에는 R&D 기획이 정부 주도로 하향식으로 이뤄졌다면 올해는 수요자 조사를 상시화해 정부의 R&D 자금이 필요한 대학이나 기업들이 상향식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올리는 방안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기획단계에서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술성숙도 지표(TRL),후보과제 우선순위 평가방법론(NEPSA)등 과학적 평가기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예산지원을 받은 연구개발자 성과를 평가할 때 성적이 좋지 않은 프로젝트를 전체의 15% 수준에서 중간 탈락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자들이 성실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하고 중간 탈락으로 남긴 자금을 다른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서 원장은 "성실하게 연구를 했음에도 실패한 연구자를 인정하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도 도입한다"며 "실패를 통해서도 향후 R&D 밑거름이 될 만한 노하우를 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KEIT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낸 국가기술자를 선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며,온라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