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들이 최근 러시아에서 스킨헤드족의 공격을 잇달아 당했다. 인종차별주의와 극우주의로 뭉친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증오로 범죄를 저지른다. 히틀러의 생일이 돌아오는 봄만 되면 유럽 전역에서 인종테러가 극성을 부린다. 역사적으로도 유태인 대학살과 보스니아 인종청소,르완다 대학살 등 '증오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증오는 인간 속에 숨어있는 괴물의 그림자인 셈이다.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는 증오의 본질을 파헤친 역저다. 미국 터프츠대 심리학과 로버트 J 스턴버그 교수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 카린 스턴버그는 증오에 관한 기존 이론들을 분석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관점들을 제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증오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지닌 감정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 감정을 거스르기 어렵다. 이 점을 간파한 나쁜 권력자나 야심가들은 증오심을 전략적으로 부추긴다. 세르비아인이 보스니아인을 '인종청소'할 때 국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개인들의 증오심을 키웠다. 홀로코스트 당시 나치 체제의 괴벨스는 유태인을 '깡그리 없애야 하는 벌레들'이라고 비난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를 지지했다. 인간은 친구보다 적이 흘린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고 이를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때로는 사랑이 증오로 돌변하는 상황도 일어난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장면을 본 남자가 그들을 향해 총을 쏜 사건이 일례다. 낯선 커플이 침대에 있었더라면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을 것이다.

'격렬한 증오의 밑바닥에는 순간적일지라도 집중적인 관계 맺기가 존재한다. 관계 맺기는 그 정도에 비례한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사랑과 기쁨의 근원인 가족이 엄청난 스트레스의 모태이기도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이 책은 증오를 극복하는 방법까지 제시한 뒤 한 마디 충고를 곁들인다. "현명한 사람은 결코 증오하지 않는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