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전문기자의 IT 집중 분석] 세계는 페이스북 '돌풍'… 싸이 본토 한국은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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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4억명…70%가 미국 외 국가
다양한 서비스로 '놀이공간' 구축
기술 공개…세계 개발자 동참 유도
한국인은 55만명…세계 70위 불과
다양한 서비스로 '놀이공간' 구축
기술 공개…세계 개발자 동참 유도
한국인은 55만명…세계 70위 불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 열풍이 거세다. 페이스북은 창사 6주년을 맞은 지난 2월 가입자 4억명을 돌파했다. 2008년 8월 1억명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4월엔 2억명,9월엔 3억명을 돌파하는 등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년마다 1억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의 구글"이라는 말도 나오고 "가입자가 10억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비슷한 미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회사 이름도 페이스북이다. 2004년 2월 하버드대 학생 마크 주커버그가 회사를 설립할 때만 해도 대학생들이 신상정보를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불과했다. 초기에는 선발주자인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한다.
페이스북은 이미 글로벌 서비스가 됐다. 조사기업 웹사이트 모니터링에 따르면 페이스북 가입자의 70%가 미국 이외 국가에 산다. 또 180개 국가 100만명의 개발자가 페이스북과 관련된 일을 한다.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이동통신사도 60개 국가 200개에 달한다. 모바일 페이스북 이용자는 1억명이 넘는다.
페이스북 접속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55분이나 된다. 이렇게 오래 머무는 것은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외부의 다양한 서비스를 끌어들여 거대한 '놀이공간'을 구축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지인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확인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지정 사이트에 올려진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고 트위터나 소셜게임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페이스북 열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주변에 페이스북 가입자도 드물고 적극 이용한다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페이스북 갈라파고스'란 말이 나올 정도다. 페이스베이커스에 따르면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은 55만명.열기가 없는 것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세계 순위는 70위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아시아 14개국 중에서는 13위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페이스북이 유독 한국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싸이월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두 살에 불과했던 2005년에 '싸이돌풍'을 일으키며 인기 절정에 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2500만 가입자가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선발주자인 싸이월드가 국내 서비스에 머문 반면 페이스북이 글로벌 서비스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차이가 언어다. 영어 서비스라는 게 페이스북에 강점으로 작용했고 한국어 서비스라는 점은 싸이월드의 발목을 잡았다.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싸이월드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자급자족을 지향한 반면 페이스북은 개방 공유 협업 등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싸이월드는 인기가 절정에 달한 시점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각종 서비스도 직접 개발해 접목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가입자 본인이 거부한 것을 제외하곤 모두 개방하는 쪽을 택했다. 특히 응용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자 · 개발사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콘텐츠를 확충하고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싸이월드는 요즘 커뮤니케이션과 스마트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싸이월드 '일촌(친구)'이나 네이트온 '버디(대화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커넥팅' 서비스를 내놓았다. 오는 5,6월에는 각종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모바일 웹사이트,'모바일 커넥팅'과 이보다 개방적인 '팬'이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프라이빗 이쿼티는 최근 페이스북의 내재가치가 350억달러(약 40조원)나 된다고 평가했다. 소셜 미디어 전문가인 스티브 루벨 에델만 부사장은 페이스북에 대해 "차세대 구글"이라며 "가입자가 10억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시장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의 공방전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