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남경민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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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글쪼글해진 손이 젖 탐하자
그녀는 서슴없이 옷 섶 헤쳐
봉긋 솟은 젖 꺼내 물린다.
하얀 젖꽃판들 오소소 흔들리는
산목련 아래에서 나는 마치
아기나 되는 것처럼 쪼옥쪼옥 젖 빤다.
내 입술 오물거릴 적마다
안산은 수유의 오르가슴으로 자지러진다.
뽀얀 젖 이리저리 넘쳐흘러
젖무덤과 무덤 사이 골을 적시자
몇백 년은 족히 풍화된 뼈들도
은근슬쩍 입술 쫑긋 내민다.
노르무레한 하초에 새 피 돌더니
생의 촉 꼿꼿이 섰다.
-정우영의 '산목련' 전문
봄날 하루 산에 올라 산목련 그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 산들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꽃잎 소리 들으며 흰 젖꽃판처럼 달디단 잠에 빠질 수 있다면,그 속에서 '서슴없이 옷 섶 헤쳐' 봉긋 솟은 젖 꺼내는 함박꽃나무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다면,입술 오물거리며 쪼옥쪼옥 젖 빠는 아기의 고사리손처럼 어여쁜 꿈도 꿀 수 있다면….몇백 년 풍화된 시간들도 하초에 피가 돌아 저리 꼿꼿해지는 봄날!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