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시장점유율 8%를 넘긴 현대 · 기아차.겉보기엔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속으론 걱정이 많다. 환율 하락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80%에 달한다. 원 · 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이 2000억원씩 감소한다. 작년엔 고(高)환율로 얻은 이익의 상당부분을 해외 마케팅에 쏟아부어 시장점유율을 늘렸지만 올해는 그런 여력이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2.지식경제부가 3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한 1일.김경식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기업들이 감내할 만한 환율 수준은 1122원가량"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는 설명이 붙었다. 현재 원 · 달러 환율은 1120원대 후반이다. 환율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이 비명을 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지경부가 이날 내놓은 3월 수출 실적은 외형상 흠잡을 데가 없다.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35.1% 증가한 37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선박과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곤 반도체(증가율 123.8%),자동차 부품(105.5%),자동차(62.5%),가전(56.0%) 등 거의 모든 주력품목이 선전했다. 수입이 48.4% 증가(354억9000만달러)했지만 무역수지는 21억9000만달러 흑자였다. 수입액의 상당부분은 수출용 원자재 · 설비부품인 반도체 장비와 철강 제품 증가와 관련돼 '생산적 수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환율이다. 1년 전 1600원을 넘나들던 환율이 30%가량 떨어졌다. 환율만으로 수출 경쟁력을 설명할 순 없지만 환율은 여전히 강력한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작년 상반기 3.0%에서 하반기 2.8%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윤상하 선임연구원은 "상당부분 환율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수출 회복의 상당부분은 기저효과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액이 쪼그라든 탓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높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자재값 상승도 복병이다. 원유 가격이 작년 최저점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철광석 구리 등 산업용 원자재값이 들썩이고 있다. 그만큼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3월 원유 수입액이 전년 동월 대비 81.5% 증가한 51억2000만달러에 달한 게 단적인 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수출 경쟁국의 체력 회복도 위협이 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한국은 중국시장에선 양안관계 개선을 앞세운 대만에,미국시장에선 중국 일본에 고전했다.

통상 마찰도 경계해야 할 변수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는 122건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무역 규제가 급증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당장은 세계 경기회복과 기저효과 덕에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어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