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설(說)로 나돌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것 같다. 북 · 중 국경지역 경계 강화,베이징을 찾은 북한군 대표단의 움직임 등으로 보아 금명간 그의 방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그의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화폐개혁 실패 등을 둘러싸고 북한 내부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시점이고 보면 어느 때보다 그의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아직 북의 개입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후진타오 주석 등을 만나 북 · 중 경협(經協), 6자회담 복귀,후계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란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 최우선 순위는 경협문제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데다 화폐개혁 실패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 등이 없이는 한시도 버티기 힘든 현실이라고 한다.

북의 6자회담 복귀가 점쳐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전제 없이 중국이 대규모 대북 지원에 나서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기조를 흔든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의 6자회담 복귀와 중국의 대북 원조가 맞교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 같은 대내외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6자회담 복귀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일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지난달 31일 열린 '북한경제 글로벌포럼 2010'에서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북은 경제난과 주민통제 실패로 급격한 정권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치 · 경제적 개방을 확대하고 6자회담 등 국제사회 복귀를 서두르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핵문제를 그대로 둔 채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지적을 북은 분명히 새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로서도 북의 6자회담 복귀가 이뤄질 경우 그동안 꽉 막힌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에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인프라 구축 같은 경협,금강산 · 개성관광 재개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식량 지원과 대북투자 같은 선물만 받아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진 못한다. 그럴 경우 북 · 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면서 한 · 미 · 일의 대북 제재 기조가 흔들리고, 남북대화를 통해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대북정책의 효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김 위원장 및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중국 등 관련국과의 공조체제 강화에 한층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