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한국 연비규제가 美자동차 수출 가로막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배기량 따른 차별적 세제도 없애야
한·미 FTA 비준 쟁점에 쇠고기 추가
오바마 "수출 확대" 공언이후 첫 포문
배기량 따른 차별적 세제도 없애야
한·미 FTA 비준 쟁점에 쇠고기 추가
오바마 "수출 확대" 공언이후 첫 포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0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과 관련된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의 법제화 과정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주요 내용이 '무역장벽'이 될 수 있으며,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서는 쇠고기 시장 개방폭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수출 드라이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의회 연설을 통해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려 미국 내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USTR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환율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만성 무역적자 대상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공격했다. 주요 교역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시장 개방 압박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문제 있다"
USTR가 이날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 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에 비해 훨씬 강경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관심 증대가 미국 정부의 핵심 관심사라고 거듭 밝힌 것까지는 지난해와 같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우리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의 주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이를 쟁점화해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공격 포인트'를 추가한 것이다.
USTR는 일단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미국 정부가 지지한다고 전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연비 규제가 미국보다 엄격해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업계의 이런 불만을 반영해 한국 정부와 이미 협의를 가졌고,법제화 과정에서 두 나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면서까지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USTR는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을 시장 접근이 제한된 대표적인 나라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다른 국가 자동차의 점유율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장벽으로는 자동차 엔진 크기에 따른 차별적인 세제 등을 재차 언급했다.
◆쇠고기 문제도 다시 거론
보고서는 한 · 미 FTA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함께 FTA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쇠고기 분야도 해결해야 할 쟁점"이라며 쇠고기 문제를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포함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한 · 미 정상회담을 앞둔 2008년 4월18일 타결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촛불 집회' 형태로 많은 반대 시위가 열렸다. 비판의 핵심은 수입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완전히 없애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한 조항이었다. '졸속 협상' '검역주권 포기'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와 청와대,한나라당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해명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미국 농무부가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마련해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하도록 하겠다고 나선 뒤 사태가 수습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시작된 것은 새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한 2008년 6월26일부터였다.
USTR가 한 · 미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핵심 쟁점으로 쇠고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미국 상원을 중심으로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측은 이 문제를 한국 측에 직 · 간접적으로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전 준비는 하겠지만 미국이 정식 요구를 해오기 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미 협정문 서명이 끝나고 의회 비준만 남은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의 전 세계 쇠고기 수출량 가운데 30년 이상은 5% 정도로 미미하다"며 "쇠고기 문제를 다시 거론한 데는 미국 내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적인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서욱진 기자 comeon@hankyung.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수출 드라이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의회 연설을 통해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려 미국 내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USTR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환율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만성 무역적자 대상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공격했다. 주요 교역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시장 개방 압박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문제 있다"
USTR가 이날 의회에 제출한 무역장벽 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에 비해 훨씬 강경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관심 증대가 미국 정부의 핵심 관심사라고 거듭 밝힌 것까지는 지난해와 같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우리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의 주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이를 쟁점화해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공격 포인트'를 추가한 것이다.
USTR는 일단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미국 정부가 지지한다고 전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연비 규제가 미국보다 엄격해 사실상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업계의 이런 불만을 반영해 한국 정부와 이미 협의를 가졌고,법제화 과정에서 두 나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간의 협상 과정과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면서까지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USTR는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을 시장 접근이 제한된 대표적인 나라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다른 국가 자동차의 점유율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장벽으로는 자동차 엔진 크기에 따른 차별적인 세제 등을 재차 언급했다.
◆쇠고기 문제도 다시 거론
보고서는 한 · 미 FTA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함께 FTA 문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쇠고기 분야도 해결해야 할 쟁점"이라며 쇠고기 문제를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포함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한 · 미 정상회담을 앞둔 2008년 4월18일 타결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촛불 집회' 형태로 많은 반대 시위가 열렸다. 비판의 핵심은 수입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완전히 없애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한 조항이었다. '졸속 협상' '검역주권 포기'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와 청와대,한나라당은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해명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미국 농무부가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마련해 광우병 위험물질을 제거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하도록 하겠다고 나선 뒤 사태가 수습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시작된 것은 새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한 2008년 6월26일부터였다.
USTR가 한 · 미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핵심 쟁점으로 쇠고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미국 상원을 중심으로 모든 연령의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측은 이 문제를 한국 측에 직 · 간접적으로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사전 준비는 하겠지만 미국이 정식 요구를 해오기 전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미 협정문 서명이 끝나고 의회 비준만 남은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의 전 세계 쇠고기 수출량 가운데 30년 이상은 5% 정도로 미미하다"며 "쇠고기 문제를 다시 거론한 데는 미국 내 유권자를 겨냥한 정치적인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서욱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