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승자 프리미엄'을 누리긴 했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원 · 달러 환율 하락과 지분법 이익 급증 등에 힘입어 순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8년 실적 부진에다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피해로 10년 만에 적자를 냈던 코스닥 상장사는 작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107개사,코스닥 152개사 등 259개사가 지난해 무더기 흑자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대 그룹 순이익 상장사의 절반 넘어

1일 한신평정보가 집계한 2009년 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44%였다. 1000원어치를 팔아 64원가량 이익을 남긴 셈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2008년(6.41%)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2007년에는 영업이익률이 7%를 넘었다"고 말했다.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유가증권 상장사의 순이익은 50조3419억원으로 전년 대비 48.80%나 급증했다. 글로벌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10대 그룹이 전체 순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10대 그룹의 순이익은 28조1864억원으로 전체의 전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업종 비중이 높은 삼성그룹은 12조9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전년 대비 38.95% 증가했다. 현대차그룹(7조4537억원)도 52.27% 급증했으며 롯데,LG,GS그룹 등도 순이익이 크게 불어났다. 반면 포스코,현대중공업 등 '굴뚝주' 중심의 그룹과 SK는 순이익이 줄었고 금호아시아나와 한진그룹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제지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돋보였다. 대한펄프는 지난해 130억5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80배 이상 불어났다.

한창제지도 73억9800만원으로 27배 증가했다. 대한제분마니커,카프로,CJ,남광토건,송원산업 등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주회사를 제외한 상장사 중에서 엔씨소프트 강원랜드 KT&G 더존비즈온 등이 짭짤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6347억원,영업이익은 2338억원으로 44.1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강원랜드 영업이익률도 38.54%로 수년째 영업이익률 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홈쇼핑 업체 최고 영업이익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 가장 장사를 잘한 기업은 CJ오쇼핑GS홈쇼핑으로 나타났다. 두 홈쇼핑사는 작년 각각 1023억원,9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증가율로 보면 동화홀딩스 이루온 와이엔텍 로엔엔터테인먼트 동아화성 하이쎌 디스플레이테크 에스넷시스템 휴먼텍코리아 등의 순이었다. 동화홀딩스의 경우 전년 1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85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비에스이홀딩스가 69.7%로 가장 높았고 새내기주인 인포바인(62.7%)이 뒤를 이었다. 게임업체들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과시했다. 게임빌과 위메이드가 각각 55%대를 기록했고,조이맥스 드래곤플라이는 각각 46~47%의 이익률을 보였다. 이외에 메디톡스 셀트리온 에스디 네오위즈 등이 40%를 웃돌았다.

환율 하락세로 파생옵션상품인 키코(KIKO) 손실을 봤던 기업들의 순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키코 피해주의 대명사였던 태산엘시디는 지난해 순이익 3892억원을 거둬 전년 7682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하며 코스닥 순이익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그밖에 심텍 제이브이엠 비에스이홀딩스 등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외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28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고,한국정보통신 주성엔지니어링 파캔OPC 등도 턴어라운드했다.

순이익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회사는 한국가구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작년 순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 2600만원 대비 80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밖에 인터파크 대원산업 위즈정보기술 무학 비트컴퓨터 신화인터텍 이건창호 인터플렉스 세원물산 등도 순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에스윈포텍이 지난해 자이텍의 우회상장으로 669% 급증했다. 이어 차바이오앤 유진테크 에이피시스템 멜파스 등의 순으로 외형이 늘었다.

◆자산재평가 차액 30조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쳐 430개 상장사가 토지 건물 등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자산 장부가액을 현실화하고 자산건전성을 제고하려는 차원이다. 이들 430개 상장사의 자산재평가 차액은 29조3757억원에 달했다.

롯데쇼핑과 기아자동차는 수조원대 차액이 발생했다. 서울 소공동 1번지 토지 등을 재평가한 롯데쇼핑은 자산재평가 적립금만 2조7919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아차는 1조48억원이었으며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한국가스공사 SK네트웍스 대우조선해양 KCC CJ제일제당 등도 7000억원 이상의 차액을 장부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의 재무구조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코스닥상장기업인 삼보산업은 117억원의 재평가차액이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이 종전 5002%에서 565%로 급락했다. 코다코 심텍 등도 부채비율에서 자산재평가 덕을 봤다.

유가증권 상장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가 1900억원이 넘는 차액을 통해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졌고 아시아나항공 삼화전자 등도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원 한신평정보 팀장은 "자산재평가는 장부상으로만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이어서 실제 현금이 바로 유입되는 건 아니다"며 "기업의 실적 개선을 통한 수익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