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단어가 관객을 끌어당긴다.

지난 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단연 '해운대'와 '국가대표'다.

이 영화들은 일상 속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를 제목으로해 영화의 소재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인생이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울 때마다 해운대를 찾았다”는 남다른 애정을 이유로 제목을 밀어 붙였지만, 차라리 ‘쓰나미’가 어떻겠냐, 촌스럽다는 주변의 평가도 있었다는 후문.

하지만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24개국에 판매돼 ‘해운대’라는 한국의 특정지역을 알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해냈음은 물론이고, 부산시의 적극적인 촬영협조와 대형 프로모션을 통해 영화 뿐만 아니라 부산시에서도 새로운 이익을 창출했다.

'국가대표'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로 쉽게 관객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진 멤버들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작한 스키점프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기사가 날 때마다 ‘국가대표 웰메이드 영화’, 김용화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 하정우를 ‘국가대표 배우’ 라고 지칭하기도 할 정도로 ‘국가대표’라는 단어의 열풍을 가져왔다.

또한 영화가 막을 내린 뒤에도 한국을 대표하고자 하는 의도로 수식어가 필요할 때 많은 사람들이 ‘국가대표급 OOO’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친숙한 영화제목이 주는 영향과 효과를 증명한 케이스다.

배우 엄정화의 연기 변신으로 이슈를 모으고 있는 영화 '베스트셀러' 역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제목이었던 흥행작들과 비교되면서 흥행예감을 전하고 있다.

영화 '베스트셀러'의 제목은 영화 속 주인공 백희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한 사건의 핵심이 되는 백희수의 소설 “심연”을 가리키는 단어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기획단계의 시나리오에서는 경력이 풍부한 60대의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여류작가'라는 제목이었지만 여배우의 연령을 낮추면서 제목을 수정하게 됐고,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욕망을 지칭하는 ‘베스트셀러’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

주위에서는 너무 평범하다며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채 제목만 들은 사람들이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로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제작 당시 150:1의 경쟁률을 뚫고 제목으로 선정됐던 경험이 있던 '베스트셀러'의 백경숙 PD는 “'베스트셀러'라는 제목보다 더 나은 제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밀어 결정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엄정화의 재발견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베스트셀러'는 오는 15일 미스터리의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