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웃돈으로 2000만원 정도는 받아야겠다며 매물을 내놓습니다.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분양가 정도면 무조건 팔아달라고 다시 연락이 옵니다.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도 처분하기 힘듭니다. "(인천 청라지구 인근 S공인 관계자)

인천 청라지구에서도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입주권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는 감소했지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매물이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라지구는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며 수도권에 청약 열풍을 일으킨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물량 폭탄' 터지나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한라 비발디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분양권 전매제한(분양 후 1년)이 풀리는 청라지구 아파트는 18개 단지에 총 1만여채로 나타났다.

청라지구는 최근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수급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8000만원까지 올랐던 프리미엄도 떨어지는 추세다. 중심상업용지 주변이나 호수공원과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입주권 가격이 분양가를 밑돌고 있다. 5억350만원에 분양된 제일 풍경채 150㎡는 5억원대,33블록 반도 유보라 155㎡(분양가 5억1780만원)는 5억1000만원 선,골드클래스 142㎡(분양가 4억7210만원)는 4억7000만원 선이다. 15층 이상 로열층 일부에는 2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지만 거래가 안돼 매도호가에 그치고 있다. 한화꿈에그린,한양 수자인 등 다른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던 2007년 분양 아파트들은 모두 분양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중흥 S-클래스의 경우 160㎡ 이상 평형은 5000만원 가량 낮아졌지만 거래가 여의치 않다. 일부 급매물은 1억원까지 싸게 나오고 있다. 청라지구 분양권을 거래하고 있는 파워공인의 임승현 실장은 "물량은 넘쳐나지만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아니면 계약 체결이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상승 잠재력은 강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라지구 입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각종 고속도로를 이용해 수도권 요지로 쉽게 갈수 있으며 국제금융중심지로 개발된다는 점에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입지여건과 개발호재가 다양해 집값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론 수도권에서 이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전망을 밝게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주변 영종하늘도시에 미분양 물량이 많고 청라지구보다 수급 여건이 나은 송도신도시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하락추세라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송도신도시의 경우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은 없지만 1억원을 육박하던 프리미엄이 올들어 2000만~3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은 "대기 수요가 풍부하지 않고 작년 한해 청라지구에 쏟아졌던 1만4000여채의 일부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어 분양권 가격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이사도 "입주가 본격화되는 내년엔 매물이 늘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