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1세기판(版) 디지털 디바이드,'스마트 갭(smart gap)'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갭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경제 · 사회적 격차를 뜻한다. 1990년대 중반 PC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정보 격차를 야기했던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훨씬 강도 높은 양극화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2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2개월간 월 평균 무선 인터넷 사용량(KT 기준)은 5083만6844MB(메가바이트)로 출시 전 11개월 동안의 월 평균(41만5314MB)에 비해 122.4배 늘었다. KT 관계자는 "아이폰 등장 이후 소비자들의 애플리케이션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출시 초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권거래 프로그램이 서비스에 들어갔고,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도 지면 전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시장을 넓혀 갈수록 사용자와 미사용자 간 정보 · 지식의 격차가 커지고,그런 양상이 사회 전반의 소득 분배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이 정보 네트워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함으로써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정보나 지식의 크기,전달 속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전문직과 대기업 종사자들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도 더 좋은 기회를 더 빨리 포착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요즘 스마트폰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으며,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제품 서비스 홍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이폰 가입자 분포를 통해서도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KT가 지난 1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50만여명의 아이폰 가입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가 절반 수준(44.6%)에 달했고 이 중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구)의 비율은 29.5%였다. 서울시내 아이폰 가입자 3명 가운데 1명은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64%를 차지했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의 활성화가 이른바 '디지털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젊은 세대는 첨단 통신기기들을 활용해 정보 습득에 앞서 나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집단이 나오고 있다"며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진화할수록 디바이드 계층의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