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미술가 강익중씨(50)가 다음 달 1일 상하이 엑스포 개막과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184일간 황푸강변을 밝힐 한국관 외벽의 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7.62×7.62㎝(3인치) 크기의 알록 달록한 한글 아트 타일 4만점을 꼼꼼하게 붙인 대작.제목은 '바람으로 섞이고,땅으로 이어지고'다. 4만개의 한글 소리 하나하나로 어망을 짜 '세계'란 큰 대어를 잡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3인치 작품은 상하이 외에도 서울아산병원 로비의 '희망의 벽',광화문 복원현장의 대형 가림막,과천 국립현대미술관,경기도미술관,뉴욕 플러싱 지하철역,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프린스턴 공공도서관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글,어린이 그림,장난감 오브제 등을 모아 독특한 형태의 '커뮤니티 아트'(공공미술) 작업을 해온 그가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벽화 작품 제목을 주제로 오는 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그는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과의 2인전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백남준은 무명 작가인 그를 두고 "전생에 내 아들이었다. 나보다 훨씬 유명해질 거니까 두고 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후 '리틀 백남준'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상업 화랑에서 1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1984년 뉴욕 유학시절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회화,설치,입체 작품 180여점이 출품된다.

그의 그림은 '작지만 큰' 주제를 담고 있다. 그가 작은 편린들을 모아 만들어낸 큰 세상 속에는 세계의 화해와 조화,행복과 평화가 녹아 있다.

2층 전시장에 걸린 그의 신작 '해피 월드'는 3인치 그림 2000개를 벽면에 건 14m짜리 대작이다. 아이들이 쓰다 버린 장난감이나 뉴욕 시절 차이나타운에서 수집한 오브제를 사용해 인간이 가고 싶은 곳,먹고 싶은 것,만나고 싶은 사람,좋아하는 동물 등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바람 소리,물 소리,새 소리까지 들리는 음향 장치도 부착했다. 쉽고 편하고 가까운 것들에서 희망과 행복의 의미를 잡아내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쉽고 편하면서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을 묘사하되 거기에 빠지지 않고 작업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림은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빠져나오는가가 더 중요하거든요. 피카소는 그림에 빠지되 언젠가는 나와야 된다는 생각에 왼손으로 그렸다고 하더군요. "예나 지금이나 미술은 드나듦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부자들은 돈을 항상 펴서 가지고 다닌다''얼짱 사진 각도는 사십오도가 아니라 사십팔도라고 한다' 등 한글 아트 역시 그의 기발한 생각을 보여준다.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벽화처럼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한글 소재로 형상화했다.

그는 "'내가 아는 것이 뭐냐'라는 화두를 잡고 1995년부터 최근까지 문득 문득 생각나는 문장을 채집한 것"이라며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아는 지식을 모두 늘어 놓았을 때 A4용지 한 장을 채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작 설치 작품'달항아리'에는 순수하고 당당한 전통미가 엿보인다. 바닥에 작은 달항아리 1392개를 배열해 조선 백자가 만들어진 조선의 개국연도(1392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4년 일산 호수공원에서 아들과 공으로 작업을 했는데 아침에 가보니 한 쪽이 기울어져 마치 달항아리 같더군요. 그때부터 달항아리를 회화적으로 풀어냈죠.제가 김연아를 자주 달항아리에 비유하는데,순수하고 당당한 모습에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죠." (02)734-611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