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10명 가운데 7명은 '민간 기업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해봤다고 응답했다. '민간에서 좋은 자리를 제안받으면 가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관료들도 30%에 달했다. 한국 경제를 앞에서 이끌어온 경제관료들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4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6개 경제 관련 부처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 85명(국장급 이상 28명,과장급 25명,사무관급 32명)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민간으로의 이직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8.2%인 58명이 "있다"고 답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경제관료들 중 상당수가 이직을 심각히 고민했다는 점은 예상밖 결과다. 특히 '관료의 꽃'으로 불리는 국장급에서 "있다"는 응답 비율이 75.0%로 사무관(62.5%)이나 과장급(68.0%)보다 높았다.

'앞으로 민간에서 좋은 자리를 제안받는다면 갈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있다"가 27.1%(23명)에 달했다. '고민해 보겠다'는 응답 62.4%(53명)까지 합치면 무려 90%에 달하는 경제관료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관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인사 적체 △낮은 처우 수준 △정치권의 압력 등이 꼽혔다. 인사 적체는 심각한 상황으로 지적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부처 통합 등으로 차관급은 물론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자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현재 봉급 수준에 불만족이라는 응답률도 88.4%에 달했다. 특히 하위 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적은 봉급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경제관료들은 '정치권의 압력'이나 청와대 산하 위원회와 같은 '상전(上典)의 간섭' 때문에 정책을 일관되고 소신있게 펴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타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경제관료들이 정치논리에 밀려 소신을 펼치기가 어렵고 자리 보전에 급급해야 하는 관행이 이어진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며 "우수한 관료들을 국가 인재풀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