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 방송광고] 대림산업 e편한세상 CF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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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알릴 40가지 스토리 먼저 만들어…매체별 맞는 소재 선택
10㎝.손가락 두 개 사이의 거리에 불과하지만 아파트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거리다. 예를 들어 주차 공간마다 10㎝씩 더하면 주차창은 전체적으로 몇 십m가 넓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는 좁은 곳에서 주차해 본 이들에게는 매우 넓게 느껴진다. 바로 여기에 e편한세상의 진심이 담겨져 있다. 10㎝씩 주차공간을 넓히기 위해 기둥 수를 줄이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주차장 설계 기술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차원에서 진심으로 카피를 만들고 과장이나 치장 없는 이미지를 전달할 뿐이다. 이것이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캠페인의 특징이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은 최근 건설업계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 저에너지 건축기술의 연구개발을 2003년부터 이미 시작한 선도 기업이다. 이번 광고에서는 이러한 친환경과 고객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림산업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대림산업은 고심 끝에, 단발적인 주제의 캠페인 메시지를 일정기간 동안 전달하고 또 다른 메시지의 캠페인으로 이행해온 기존의 광고 집행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캠페인의 총 테마를 '진심이 짓는다'로 결정하고, '진심'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정신과 이러한 정신을 뒷받침하는 실체들을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광고는 실제 광고가 방송되기 5개월 전에 아이디어가 완성됐다. 아파트 주거자가 실제로 느낀 점을 그대로 집어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타 모델도 기용하지 않았다. 광고를 촬영한 스태프들과 일부 무명 모델들이 함께 출연했다. 제작비를 절감하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메시지가 간결했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광고라서 굳이 스타 모델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광고 방영 2개월 후 광고 효과 조사에서 e편한세상의 '진심'이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e편한세상 자체 광고 중에서도 10㎝편이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6개월 광고 방영 기간에는 브랜드 인지도,선호도 등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스타 모델이나 엄청난 제작비 없이도 좋은 브랜드와 진심을 담은 광고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e편한세상의 광고캠페인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동안 광고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값비싼 유명 모델을 기용하는 것이 대세였던 아파트 광고에서부터 식품,교육,기업PR 광고까지 스타 모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10㎝가 빅모델을 이겼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광고는 또한 제작방식부터 남달랐다. 보통 TV광고를 만들 때,광고의 구체적인 콘티를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e편한세상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브랜드의 정신과 메시지를 잘 알릴 수 있는 40여 가지의 스토리를 먼저 만들었다. 이후 TV광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를 골라 CF로 제작하고 나머지는 인쇄광고,포스터,홍보책자,건축현장 벽면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소재가 풍부한 가운데 매체 성격에 잘 맞는 것을 선별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메시지의 광고물을 제작할 수 있었다.
진심을 담기 위한 촬영지와 소품 선정도 특별했다. 지금까지 국내 아파트 CF 제작은 더 좋은 장면을 위해 해외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CF는 모두 국내에서 만들어졌다. 실제 아파트,연구소,모델하우스로 촬영지를 제한했고 작은 소품 하나 하나도 모델하우스에 있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에서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