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장면이 메인이라고요? 이 겨울에 바다면 해외 촬영이겠네요?"

김태희,고수라는 국내 최고 스타를 기용하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터라 해외 촬영은 이미 포기했다. 유난히 한파가 많았던 지난 겨울,국내에서 바다 장면을 촬영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감독은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고 물을 채워 멋진 바다를 만들어냈다. 사실 바다를 만드는 것보다 광고 모델들의 연기가 걱정이었다. 항상 이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김태희가 광고 내용대로 멍한 표정을 한 채 손으로 노를 저으며 상어를 피해 도망가는 촐싹 맞은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운 물로 세트를 채웠지만 워낙 추운 날씨에 물이 식는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것도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김태희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고수도 표정 연기뿐만 아니라 손,발을 동원해 노 젓는 연기까지 매우 열심히 해줬다. 젖은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으면서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끝까지 촬영했다.

복병은 웃음 폭탄이었다. 노를 젓는 행동 때문에 두 모델들은 계속 웃음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촬영은 밤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두 스타가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면서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친근감과 유머를 줘야 하는 컨셉트도 잘 마무리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