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내에서도 소문난 일벌레다.토요일과 일요일도 쉬지않고 일한다.저녁 약속이 있는날도 식사를하곤 다시 청와대로 들어간다.‘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우수갯소리는 그래서 나왔다.

윤 실장의 청와대 생활은 새삼스런 게 아니다.이미 몸에 뱄다.지금까지 청와대에 근무한것만 이번이 세번째다.전두환 대통령때와 김영삼 대통령때 경제비서관으로 일했고 이명박 대통령정부에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이다.

그는 얼마전까지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겸했다.말그대로 경제정책의 총 사령탑이다.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게 그의 임무다.그가 97년 위환위기때와 금융위기를 청와대에서 극복한 최고의 전문가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그가 최근 경제수석 자리를 최중경 수석에게 넘겼다.당초 경제수석을 당분간 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며칠전까지만해도 윤 실장의 겸임은 청와대쪽에선 기정사실화 되다시피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알보보니 6.2 지방선거가 원인이었다.충북지역 선거가 쉽지 않은 쪽으로 흐르면서 충북지역에서 SOS가 온 것이다.윤 실장은 충북 출신이다.지난번 총선때 충주에서 출마했다가 친구인 이시종 의원에게 석패한 바 있다.

본인이 얼굴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채 선거에 나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지역에선 윤 실장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정우택 충북지사 등이 앞장서 당과 청와대측에 윤 실장의 도움을 청한 배경이다.

청와대가 갑작스레 경제수석을 임명한 것은 바로 윤 실장의 지방선거 투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여차하면 윤 실장을 지방선거에 투입,충북지역 선대위원장을 맡기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지방선거 지원이 끝이 아니다.7월엔 지원이 아니라 자신이 선수로 뛰어야 한다.바로 윤 실장이 고배를 들었던 충주시 보궐선거다.민주당 이시종 의원이 충북지사로 나서면서 자리가 비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충북관계자들은 당과 청와대 정무팀을 만나 “윤 실장이 충북선대위원장을 맡아주면 지방선거에서 해볼만하다”면서 “7월 충주 보궐선거도 유리하다”고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실장은 최근 사석에서 “어려울때마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면서 “베스트는 청와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쉬는 것인데 그런 자유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은 아직 출마를 최종 결심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말엔 이미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의지가 묻어난다.자유라는 말은 그의 심중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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