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한동안 중단됐던 서남권 조선산업단지 개발사업들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조선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 진도의 고려중공업은 이달 초 건설 · 설비업체들의 현물투자를 받아 1년여 넘게 중단돼 온 조선소 건설사업을 다음 달부터 본격 재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일대 68만5643㎡에 사업비 2100억원을 들여 중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조선소 공사에는 부산의 세경토건(암벽공사),광주 동양설비(설비공사),목포 지성실업(도크) 등이 공동 참여해 오는 10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입주예정 기업들의 퇴출과 법정관리 등으로 2년째 표류해 온 전남 신안군 압해도 '신안조선타운' 공사도 이르면 5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C&중공업,진세조선,대한조선 등 입주예정업체들의 사업포기로 조성공사가 무산될 뻔했으나 해양레저조선과 풍력설비단지로 방향을 틀어 2012년까지 231만4000㎡를 우선 개발키로 했다. 이곳에는 대우조선해양,STX중공업 등 풍력설비 업체와 현대라이프조선,푸른중공업,카나리아오션 등 요트제조 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서남조선산업개발 이돈효 부사장은 "업체들의 요청으로 실시설계 승인과 동시에 착공할 수 있도록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사 선정 등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2차 조선 · 건설사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던 TKS조선(전남 영광)은 해외투자 유치로 돌파구를 찾은 케이스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조선 2위 업체인 NGV로부터 7600만달러 외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사가 지연돼 온 첫 건조선인 5만t급 벌크선을 다음 달 초 시운전을 거쳐 인도할 예정이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중인 대한조선 역시 다음 달 중순께면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현재 STX그룹과 아랍계 자본 등이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다.

일부 업체들은 수리조선으로 전환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진도 고려중공업은 조선소가 완공되면 당분간 수리조선과 건조를 병행할 방침이다. 명성조선도 수리조선사업 진출을 위해 전남 해남 등에 부지를 물색 중이다.

박종환 목포대 조선공학부 교수는 "국내외 조선경기가 본격 회복기로 접어들려면 앞으로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라며 "이런 점에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이 조선소 건립과 설비투자 적기라는 판단에서 업체들이 투자 재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