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효 패션쇼' 런웨이 선 발레스타 김현웅씨…"발레 몸짓 언어로 패션의 반란 꿈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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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에 서니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무대와는 또다른 설렘과 흥분을 느꼈습니다. 저로 인해 패션계에도 발레 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최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10 추동 서울패션위크'.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씨의 패션쇼가 시작되자 훤칠한 모델이 음악도 나오기 전에 무대에 올라 '투르 앙 레르'(tour en l'air:공중회전)와 '그랑 주테'(grand jete:다리를 앞뒤 일자로 벌리고 도약)를 선보였다. 객석이 금세 술렁거렸다.
검은색 재킷과 발레 타이즈 차림의 이날 오프닝 무대 주인공은 국립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 김현웅씨(30)였다.
탤런트와 영화배우,가수들이 패션쇼 무대에 서는 경우는 있지만 국내에서 발레리노가 패션 모델로 변신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발레리나의 키는 160~165㎝가량.패션 모델들과 차이가 많이 난다. 발레리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현웅씨는 신장 184㎝로 전문 모델들과 3~4㎝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얼굴이 작고 팔 · 다리가 유난히 길어 발레계에서는 '몇 십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완벽한 몸'이란 평가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디자이너 장광효씨가 지난 2월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를 보고 주인공역을 맡은 그에게 푹 빠진 것도 그의 신체 비율과 강렬한 몸짓 언어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패션쇼는커녕 패션 잡지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김씨는 이날 무려 세 벌의 옷을 입고 런어웨이를 걸었다.
그는 "무용수들은 발을 바깥 쪽으로 하고 팔자로 걷는 습관이 있어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아예 안짱걸음을 했더니 비로소 똑바로 걷는다는 칭찬을 받았다"며 멋쩍게 웃었다.
호기심 강한 무용수에게 패션쇼 나들이는 어떤 의미일까.
"발레와 패션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춤으로만 무언가를 표현하던 제 몸이 이번에는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간 거죠.발레와 무용수들에 대한 호기심으로도 이어지면 좋겠고요. "
그는 공연마다 주연을 꿰차는 이유에 대해 "80%는 타고난 신체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실력은 넘볼 수 없을 정도이고 대중적 인기도 최정상급이다. 그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씨의 조카이기도 하다.
고교 2학년이던 18세 때 본 뮤지컬 '명성황후'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취미로 시작한 발레에서 1년여 만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더니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등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그는 2004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후 거의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