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대기자금만도 6조원에 달한다", "당분간 환매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가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까지 뚫으면서 환매세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협회에 따르면 1분기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2조1573억원이 순유출됐다. 단기금융,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의 투자는 지속됐지만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2월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면서 공모와 사모형 주식형펀드로 각각 7066억원과 288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렇지만 1월과 3월에 순유출을 기록했고, 3월에만 1조855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규모의 유출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펀드의 환매분위기가 이어진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자금은 단기성 자금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 팀장은 "최근 펀드자금의 유출 규모는 지수 상승률과 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2009년 9월 이후 3차례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1700 전후에서의 경계감이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순유입은 4월에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2007년을 기준으로 1700대에 출회될 수 있는 대기 물량은 대략 6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2008년을 기준으로 산정해 보아도 약 1조원의 자금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려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진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이 자금들은 채권이나 단기자금 등으로 이동한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인상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에 대한 매력이 높아졌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은 머니마켓펀드(MMF)로 유입되고 있다고 김 펀드애널스트는 전했다.

그는 "MMF의 금리하락으로 자금이 신탁상품인 머니마켓신탁(MMT)으로 이동되기도 했지만, 금융감독의 규제로 인해 2월 이후 재차 잔고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얼어 붙어 있는 투자심리를 녹일 만큼의 강한 펀더멘털(기초체력) 호전 없이는 어렵다"며 "증시 상승은 곧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의 펀드환매를 부추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