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한국은행이 현 단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조기 출구전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한국 정부는 세금을 가능한 한 적게 걷는게 좋으며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쌓는 게 낫다"고 밝혔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레스콧 교수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금융위기이후 한은이 유지해온 저금리정책을 당장 수정하지 않아도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은 각국 정부의 잘못된 세금제도와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이번 기회에 세금을 낮게 하는 세금제도를 구축하고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처럼 하나의 통화권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레스콧 교수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20 · 2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최하는 '2010 세계 경제 · 금융컨퍼런스'에 참석,'G20 정상회의와 금융시장의 새 질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홍역을 치렀다. 위기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금융시스템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 판단 실수에서 비롯됐다. 미 정부는 주택소유자를 늘리기 위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모기지전문회사를 지원했다.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 대표적이다. 고령화되는 인구구조와 잘못된 정부 정책,비합리적인 세금제도가 어우러져 위기를 초래했다. "

▼이번 금융위기의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데.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다. 다만 서유럽과 북미(어쩌면 한국과 일본도)는 문제가 있다. 이들 경제가 1990년대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들 국가의 정부들은 지나치게 재정 지출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과거 다른 위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1989년~1991년 금융위기 때는 수천개 은행이 쓰러졌다. GDP(국내총생산)의 2%에 달하는 세금을 구제금융에 써야 했다. 이 돈을 보전하기 위해 세율을 높여야 했고,이는 경제적 순손실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

▼후유증을 우려하다보니 한국에서도 조기 출구전략 시행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내려 줄곧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를 조정할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실질 금리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먼저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하반기 한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그렇다면 한국에 금융위기로 인해 남아있는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환율 문제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늘려 환율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대규모 외환을 보유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수익도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비용에 비해 환율 안정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환율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가.


"외부변수에 의해 환율이 출렁거려 국가 경제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장기적으론 중국이나 유로존,미국처럼 큰 경제권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들은 고정환율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와 브라질 통화는 가까운 미래에 국제 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가능성이 낮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처럼 하나의 통화권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리스는 유로존으로 묶여있는데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는데.

"투자자들은 그리스 재정부채가 커져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1970년대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했던 뉴욕시처럼 그리스도 개혁을 통해 재정 문제를 완화하고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으로 묶여 있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그 파장은 너무 크지 않겠는가. "
[미리 보는 세계경제ㆍ금융컨퍼런스] (2) "한국, 금리 인상할 때 아니다… 환율 안정이 더 시급"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FRB 정책이 미국의 생산과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과 세금이다. 생산성 향상은 지식 축적에 의해 이뤄진다. 지식이 빠르게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국가마다 생산성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것을 보조하는 정책은 생산성 향상을 막는다. "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적절한 정책이 나올 때까지는 침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언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은 정부가 쓰는 정책이 좌우한다. 경제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아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구는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미 버락 오바마 정부가 세율을 높이고 보호주의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지금 미국 정부는 보호주의를 원하는 여론에 좌우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에서도 세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전혀 해답이 아니다. 이미 가라앉은 경기를 더 침체시킬 뿐이다. 실제 세금이 오르기 전이라도 세금이 오른다고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만으로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 "

▼그렇다면 어떤 금융 · 조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저축된 돈이 많은 이전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생산성이 높은 곳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대마진은 가급적 작을수록 좋다. 저축이나 주식투자 등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해 정부는 세율을 낮게 하거나 과세하지 말아야 한다. 자본소득에 과세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저축과 생산성 있는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 더 높은 실질이자율은 사람들의 저축을 증가시키고 은퇴한 이들이 이자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 생산성 있는 자산이 증가하면 근로자들의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결국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된다. "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중국이 앞으로 20년간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세계에서 GDP가 제일 높은 부유한 산업국이 될 것으로 본다. "

▼중국의 성장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에 지사를 둔 한국 기업들은 그들의 기술 진보로 인한 혜택을 보고 있다. 이는 한국인들의 소득 증가에 도움이 된다. "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데.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절상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분명하다. 조만간 상당한 수준으로 절상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나라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부유한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글로벌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미국과 영국의 주식시장은 약 25%가량 저평가된 상황이다. 두 나라에서 세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라 생각한다. "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글로벌적으로 소득불평등은 개선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엔 모든 국가가 더 부유해지고 국가 간 삶의 질 차이는 작아질 것이다. 지금 부유한 국가보다 6배 정도 부유한 국가가 나오리라 예상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앞당기기위해 더 나은 금융제도와 조세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