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정명훈.이름만으로도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하는 아티스트다. 오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 '역사적 순간으로의 초대'도 이들의 이름값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호로비츠,리히터,길렐스 등 20세기를 장식했던 거장들은 세상을 떴고 최근 알프레드 브렌델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아르헤리치는 살아 있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칠순을 넘긴 그의 공연을 보는 것을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언제나 역사적인 순간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콩쿠르와 음악 축제가 있을 정도로 아르헤리치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정명훈씨에게 그의 얘기와 이번 공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르헤리치를 미국 LA에서 처음 봤다"며 "첫 인상은 집시같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처럼 자유분방해 보였는데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관대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4,5번'이다.

이 작품은 연탄곡으로 정씨와 아르헤리치가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네 손으로 연주한다. 지휘자와 협연자가 한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는 드문 광경이 펼쳐진다.

정씨는 "공연이 끝난 후 일본에서 열리는 '벳푸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에서 그와 다시 같은 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벳푸 페스티벌에서는 피아노를 네 손으로 연주하는 축제의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정씨가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아르헤리치의 주 레퍼토리 중 하나다. 이 곡은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슈만의 아내 클라라가 초연한 곡으로 슈만의 애절한 사랑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아르헤리치가 지금까지 클라우드 텐슈테스,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리카르도 샤이 등 수많은 지휘자들과 녹음한 음반만 여덟 종에 이른다.

정씨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 어떤 협주곡보다 특별히 아름답다"며 "둘 다 이 곡을 수없이 연주했고 2001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파리에서 AIDS재단을 위해 같이 공연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 음악적으로 굉장히 잘 맞았고 당시 공연 실황이 음반으로도 나왔어요. 아르헤리치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완벽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이날 공연에서 서울시향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6번 비창'도 연주한다. (02)518-7343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