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철강 대체할 슈퍼섬유, 美ㆍ日 독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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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ㆍ효성ㆍ휴비스ㆍ웅진케미칼, 아라미드ㆍ탄소섬유 개발 경쟁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신(新)섬유를 둘러싼 국내 대표 화학섬유 업체간 선점경쟁이 불붙고 있다. 대만 중국 섬유 업체들이 생산하는 범용 제품의 물량 · 가격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는 기존 화섬사업에서 탈피,미래 캐시카우(cash cow)를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국내 4대 화섬업체인 코오롱 효성 휴비스 웅진케미칼은 차세대 산업용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아라미드 섬유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의 기술 경쟁은 탄소섬유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230조원 규모(작년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신섬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업체 중심의 양분 구도를 깨겠다는 전략이다.
◆아라미드 4파전
국내 화섬업체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아라미드 섬유다. 아라미드는 철보다 강도가 5배 이상 높은 고강도 성질의 파라계(系)와 섭씨 400도의 열을 견디는 고난연성의 메타계로 나뉜다. 방탄복 소방복 등 특수 의류는 물론 광케이블 소재,건축 자재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분야가 넓어지는 추세다.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각각 연간 2만8000t,2만5000t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파라계 아라미드를 생산하고 있는 코오롱(연간 2000t)에 이어 효성이 작년 말 울산 공장에 연간 1000t 규모의 파라계 아라미드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합작사인 휴비스도 지난달부터 연간 1000t 규모의 메타계 아라미드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웅진케미칼은 올해 말부터 경북 구미공장에서 연간 450t 규모의 메타계 아라미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아라미드 가격은 같은 무게 기준으로 범용 폴리에스터 섬유보다 20배가량 비싸다. 국내 화섬업체들이 앞다퉈 기술개발 및 양산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규모에선 아직 해외 업체에 크게 못미치지만 기술 수준은 거의 동등하다"며 "설비 증설을 통해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레이 잡는다
그동안 불모 영역이나 다름없던 탄소섬유 개발 경쟁도 뜨겁다. 웅진케미칼은 지난 2월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탄소섬유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 12월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짓고 내년 4분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크릴 섬유를 특수 열처리해 만드는 탄소섬유의 특징은 고강도 · 고탄성이다. 무게(같은 면적 기준)는 알루미늄의 4분의 1 이지만 강도는 철보다 10배 이상 높다. 테니스 라켓,낚싯대,골프채 등 스포츠 · 레저 용품은 물론 자동차 및 항공기 동체용으로 쓰인다. 일본 도레이와 미국 헥셀 등 해외 3~4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효성과 코오롱도 탄소섬유 양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효성은 2007년 경기 안양 기술연구원과 전주테크노밸리에서 탄소섬유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내부적으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 코오롱도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와 탄소섬유 이외에 IT(정보기술)와 BT(바이오기술)가 결합된 스마트섬유,나노섬유 등 고부가가치 신섬유 개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