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7시26분.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기로 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정책공조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금융통화위원회에서 참석해 발언하는 것)을 묻는 질문엔 "앞으로도 계속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3분가량 후에 도착한 김 총재와 반갑게 악수하고 카메라를 위해 한동안 포즈를 취한 뒤 자리를 권하는 등 친밀감을 표시했다. 재정부와 한은의 '공조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정책 공조에 완전한 인식 공유"

윤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께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김 총재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 경험도 갖고 있다"며 "경제 성장,거시 전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고 경제 협조 등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재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조를 잘해서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완전히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재정부와 한은의 역할은 다르지만 협력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총재는 첫 대외 공식 일정으로 윤 장관을 만난 이유에 대해선 "특별한 건 없다"며 이날 회동 의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재정부 관계자들도 "구체적인 정책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원 · 달러 환율 등 외환정책,한국은행법 개정 등 한은 역할 재정립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토론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후 기자브리핑을 진행한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거시경제 상황과 관련해 실무자 간 논의가 많이 있었으며 G20(주요20개국)의장국으로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의제로 삼을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이날 간담회에서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1분기나 올 한 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한은이 전망했던 수준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제동향을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6%,상반기 성장률을 5.9%(전년동기 대비)로 지난해 12월 전망했다. 당시 한은은 정부가 제시한 5% 안팎이 '다소 낙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설명회에서 "지난 2월 실물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고 한은의 당초 전망치보다 좋아지지 않겠나 하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생산은 지난 1월 36.9% 증가(전년동기 대비)한 데 이어 2월에도 19.1% 늘었고 공장가동률도 2월 80%대로 높아졌다. 수출도 견조하고 서비스업 생산이 2월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내수소비도 괜찮아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오는 12일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경제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다.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다 하더라도 당장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장관이 출구전략은 상반기 중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김 총재가 정부와 정책조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는 6월께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란 지적이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박준동/유승호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