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디스카운트' 재연…코스닥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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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과기 감사의견 발표지연에 중국기업들 동반하락 '유탄'
수급불안 겹쳐 한때 500붕괴
수급불안 겹쳐 한때 500붕괴
5일 코스닥시장이 요동쳤다. 한때 지수 500선이 무너지며 495까지 밀렸다가 전날 대비 1.91% 떨어진 505.13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50여개에 달하는 등 시장 전반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중국기업들의 하락세가 불을 댕겼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연합과기가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발단이었다.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연합과기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가 진행 중으로 감사보고 수령시 발표하겠다'는 공시를 내면서 코스닥의 중국기업들이 '유탄'을 맞았다. 기관과 투신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시장 전반의 수급이 악화됐다.
◆"못믿겠다" VS "억울하다"
연합과기의 감사보고서 발표 지연은 중국 기업들의 회계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불러왔다. 이날 중국엔진집단이 -8.54% 떨어진 것을 비롯해 중국원양자원(-3.88%),중국식품포장(-4.26%),차이나킹하이웨이(-5.08%) 등 업종에 상관없이 중국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의 감사보고서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특이한 상장구조 때문이다.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의 기업 실적이 반영되는 일종의 지주회사다. 중국에서 작성한 실적 내역이 홍콩과 케이맨군도 등에 있는 법인을 거쳐 국내에 발표된다. 국내 투자자로서는 지주회사 밑의 개별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법인인 중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한 달 늦은 4월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법적으로는 연합과기의 감사 진행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 팀장은 "회계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중국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며 "중소형주들의 시장 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연합과기 문제로 중국기업들이 '꼬투리'를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존재가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중국기업들은 현지 휴일인 청명절 기간에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화리 중국원양자원 사장은 "연합과기의 회계문제와 관련해 분개한다"면서 "사업내용과 기업 규모가 다른 회사를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기업들은 자사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며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 진민 중국식품포장 사장은 "회사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언스트앤영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회계법인"이라며 "현재까지 회사와 관련된 회계감사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급 불안도 문제
유가증권 시장이 1.50포인트 오르며 1700선을 굳건히 지킨데 반해 코스닥 시장이 하락한 것은 기관이 800억원 가까이 매도하는 등 시장 전반의 수급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개인이 물량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외국인들도 대형주 중심으로 주식을 사 모으다 보니 코스닥시장은 외면받고 있다. 신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코스닥시장 전반이 차갑게 식고 있는 것이다.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3월 한 달간 올랐던 정보기술(IT) 관련주들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중에서 5일 주가가 오른 기업은 에이스디지텍 1개밖에 없었으며 27개 기업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정 주가보다 많이 빠진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외국인 주도장세에서 소외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낮아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50여개에 달하는 등 시장 전반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중국기업들의 하락세가 불을 댕겼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연합과기가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발단이었다.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연합과기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가 진행 중으로 감사보고 수령시 발표하겠다'는 공시를 내면서 코스닥의 중국기업들이 '유탄'을 맞았다. 기관과 투신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시장 전반의 수급이 악화됐다.
◆"못믿겠다" VS "억울하다"
연합과기의 감사보고서 발표 지연은 중국 기업들의 회계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불러왔다. 이날 중국엔진집단이 -8.54% 떨어진 것을 비롯해 중국원양자원(-3.88%),중국식품포장(-4.26%),차이나킹하이웨이(-5.08%) 등 업종에 상관없이 중국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의 감사보고서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특이한 상장구조 때문이다.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중국 현지의 기업 실적이 반영되는 일종의 지주회사다. 중국에서 작성한 실적 내역이 홍콩과 케이맨군도 등에 있는 법인을 거쳐 국내에 발표된다. 국내 투자자로서는 지주회사 밑의 개별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외국법인인 중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한 달 늦은 4월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법적으로는 연합과기의 감사 진행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김평진 대우증권 스몰캡 팀장은 "회계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중국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며 "중소형주들의 시장 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연합과기 문제로 중국기업들이 '꼬투리'를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존재가 다시 한번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중국기업들은 현지 휴일인 청명절 기간에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화리 중국원양자원 사장은 "연합과기의 회계문제와 관련해 분개한다"면서 "사업내용과 기업 규모가 다른 회사를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기업들은 자사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며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 진민 중국식품포장 사장은 "회사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언스트앤영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회계법인"이라며 "현재까지 회사와 관련된 회계감사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급 불안도 문제
유가증권 시장이 1.50포인트 오르며 1700선을 굳건히 지킨데 반해 코스닥 시장이 하락한 것은 기관이 800억원 가까이 매도하는 등 시장 전반의 수급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개인이 물량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외국인들도 대형주 중심으로 주식을 사 모으다 보니 코스닥시장은 외면받고 있다. 신규 매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코스닥시장 전반이 차갑게 식고 있는 것이다.
수급 균형이 깨지면서 3월 한 달간 올랐던 정보기술(IT) 관련주들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30위권 기업 중에서 5일 주가가 오른 기업은 에이스디지텍 1개밖에 없었으며 27개 기업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정 주가보다 많이 빠진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외국인 주도장세에서 소외되고 있는 만큼 코스닥시장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낮아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