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대우건설 인수참여 곧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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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입장 바뀐적 없다" 브라질 고로건설, 내달 윤곽
부친 고(故) 장상태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나오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눈물을 훔쳐낸 뒤 뜻밖에 그는 질문에 흔쾌히 말을 쏟아냈다. '애도 기간중엔 취재를 자제해달라'고 만류하던 직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여전함을 확인했고, "5월이면 '선수'(공동 투자자)들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브라질 고로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시권에 들었음을 자신했다.
◆"크게 성장한 '동국'을 보여드리겠다"
장 회장은 5일 서울 삼성동 동국제강 본사에서 열린 송원 장상태 회장 추모식에서 "선친의 위업을 받들어 동국제강 그룹을 시대에 앞서가는 강한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출간한 부친의 전기 서문에는 "당진공장 가동을 시작하고,브라질 프로젝트에 착수해 동국제강의 큰 그림을 세계 속에 확산시키는 일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썼다.
동국제강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변수인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와 브라질 고로 사업과 관련,장 회장은 작심한 듯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대우건설 인수는 애초부터 (산업은행이) 의사를 타진했을 때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고,지금도 그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3자 매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동국제강의 참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좀 더 지켜보자"며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장 회장은 "아직 실사도 못해봤다"며 "상황을 봐가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최초 브라질에 고로 건설
브라질 프로젝트에 대해 장 회장은 "현재 실질 심사가 진행중이고 5월 초면 (다른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로 사업은 선친과 장 회장 모두의 숙원이었다. 철광석을 녹여 고급 철강 제품을 만드는 고로는 국내에 포스코,현대제철 단 두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 금액을 감안하면 국내에 제3의 고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 철광석 개발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사와 51 대 49의 지분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브라질에 고로를 짓기로 결정했다.
장 회장의 밑그림은 브라질 세아라주에 1단계로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 1기를 건설하고,이어 2단계로 일본의 JEF스틸도 참여시켜 300만t 규모 고로를 추가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포스코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해 일각에선 포스코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발레사의 행보를 볼 때 브라질 프로젝트의 현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레사는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통상 철강업체 지분을 소유하더라도 2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지켜왔다"며 "동국제강과의 합작사에 49%의 지분을 투자한 것은 철강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브라질 측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추모식엔 유가족과 임직원 12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동국제강 창업주인 고 장경호 회장의 3남인 장 전 회장은 1956년 동국제강에 입사해 2000년 4월 타계하기까지 45년 동안 철강 외길을 걸었다. 1960년대에 국내 최대 민간 철강 공장인 부산제강소를 건립하고,국내 최초로 현대식 전기로 제강공법을 도입하는 등 동국제강그룹이 연간 780t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는 데 기틀을 세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