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V시장 돌풍 비지오의 네트워킹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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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술·유통 모두 아웃소싱
2009년 LCD TV 600만대 팔아 1위
2009년 LCD TV 600만대 팔아 1위
지난해 미국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소니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TV회사 비지오(Vizio).한 해 판매량이 600만대에 달하는 돌풍의 주역이지만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내 2층짜리 조그만 건물이 본사의 전부다. 전체 임직원을 다 합쳐봐야 168명에 불과하다.
2002년 설립된 신흥 기업 비지오가 쟁쟁한 기업들을 제친 비결이다. 이 회사는 생산공장,선도기술,유통채널 등이 없는 '3무(無)' 기업이다.
본사는 기획,마케팅,콜센터와 일부 디자인만 담당하고 생산 유통 애프터서비스 등은 모두 아웃소싱한다. 이렇게 해서 대폭 절감한 비용으로 TV를 경쟁사들보다 20~30% 싸게 판매한다. 2003년 1700만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25억달러로 6년 새 150배 가까이 급증한 배경이다.
다른 기업들의 아웃소싱과 다른 점은 비용이 좀 들더라도 해당 업계 최고의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LCD 패널은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에서,TV 부품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에서 조달하는 게 단적인 예다. 생산은 암트란,TPV 등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맡고 있다.
따라서 조립 라인을 건설하거나 보수할 일도,대규모로 기술인력을 채용할 일도 없다. 마케팅 채널 전략도 기존 대형 전자업체들과 다르다. 베스트바이 등 유통 마진을 많이 떼는 전자제품 전문매장 대신 코스트코 월마트 등 창고형 할인매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류 식료품 등과 함께 TV를 박스째 카트에 담아 쇼핑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비지오는 연구개발(R&D),제조,마케팅 등 가치사슬을 분할해 핵심 역량만 남기고 나머지를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는 네트워크형 사업 모델의 대표 사례다.
이 회사의 제프 신들러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최고의 제조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는 만큼 품질에서는 어느 회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며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만 잘 구성하면 얼마든지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술 표준화와 모듈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네트워크형 사업 모델로 성공 스토리를 쓰는 기업은 비지오뿐만이 아니다. 아이폰 등 히트 상품의 기획과 디자인 · 판매만 맡고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은 한국과 일본 기업에서 들여오며,조립은 중국이나 대만 회사에 위탁하고 있는 애플도 비슷한 사례다. 구글도 안드로이드폰을 대만 HTC 등에서 위탁 생산한다. 비지오 TV를 생산하는 암트란은 애플의 프리미엄 모니터를 만들던 업체다. 대만 PC업체인 에이서는 자체 생산부문을 분사하고 제조회사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해 글로벌 2위 업체가 됐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