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주머니로 한 아이를 키운다'는 이른바 '식스 포켓 세대'의 시대다. '식스 포켓 세대'는 1990년대 일본이 저출산과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나온 신조어로 저출산 시대의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인은 늘어나는데 아이들이 태어나질 않으니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외할아버지 · 외할머니까지 나서 6명의 주머니가 언제라도 아이의 양육에 동원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에잇 포켓 세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집,장가를 가지 않은 이모와 고모가 합세해서 조카의 옷과 장난감 값을 지불한다는 이야기인데 베이비붐 세대가 보기엔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고 할 것이다.

"한 자녀보다는 둘,둘보단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 "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출산장려 표어를 발표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정부가 "되도록 많이"를 부르짖게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젠 아이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웃음소리다. 어느덧 잘 자라 돌잔치를 하는 모습은 얼마나 즐겁고 정겨운가.

예나 지금이나 돌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돌잡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가늠자다. 오래 살라고 실을,재물을 많이 쌓으라고 돈을,의사되라고 청진기를,공부 잘하라고 연필을 잡았으면 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나 마우스 등과 같은 새로운 물건들이 돌상에 오르기도 한다.

신한카드의 '하이포인트 나노카드' 광고는 우리를 그런 돌잔치로 초대한다. 축복받은 아이가 태어난 지 1년,평생의 안녕을 기원하는 돌잔치 현장이 광고의 무대로 설정됐다. 초고속 카메라처럼 긴장된 순간을 천천히 보여주는데 광고를 다 보고나면 카드광고였음을 알 수 있다.

고전적인 주목률의 3B,즉 아기(baby) · 동물(beast) · 미인(beauty) 중의 하나인 아기를 등장시켜 소비자의 주목을 끈다. 광고에 등장한 아기 모델은 부모와 주위의 바람과 달리 태연하게 내맘 대로 고르겠다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녀석은 분명 실,돈,청진기,연필,마이크,마우스가 아니라 '신한 하이포인트카드 나노'를 선택했을 것이다.

과거 신용거래 기능 위주의 신용카드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수준을 넘어 포인트에 이자가 쌓이고,포인트 쌓을 곳을 스스로 정하는 진보된 스마트카드로 거듭나고 있다. 현금을 대신하는 지불수단에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진화한 것이다. 이것이 신한카드가 말하는 '카드의 길'이 아닐까. 국민 모두가 카드를 하나 이상씩 갖게 된 지금 소비자는 다양한 혜택을 요구한다. 단순한 신용결제에서 벗어나 생활을 설계하고 더 많이 돌려주는 방식으로 차별화 된 카드를 원하게 된 것이다.

신한카드 광고 '돌잡이편'은 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라마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등장인물과 갈등,이야기의 흐름,메시지의 4가지 구성요소로 이른바 스토리텔링 광고를 연출했다. 이야기에 소비자의 눈과 귀가 모이고 그것을 진실하게 느끼며 감동을 공유한다. 이야기의 가치와 상호작용,그리고 구전의 가능성을 높여준 긍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결국 '돌잡이편' 광고는 머리에서 가슴에 이르는 가장 먼 길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연결하고 있다. 있음직한 이야기를 통해 과장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와 소통하는 것이다. '식스 포켓 세대'를 양육하려면 이런 카드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카드 포인트 쌓기도 내 맘대로 고르는 시대다.

이희복(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