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감동이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김연아 · 브라이언 오서'의 합동 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 국민의 인식 속에 불모지였던 피겨스케이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세계경제 위기의 폭풍 속에서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준 김연아는 많은 기업체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국민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녀가 나오는 광고들을 통해 국민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또한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과 대리 만족을 느꼈다. 피나는 노력의 값진 결과였기에 김연아는 그 어떤 스포츠 스타보다 광고모델로서 높은 호감을 자아냈다.

이번 삼성 하우젠에어컨 제로의 광고에서 김연아는 섹시한 화이트 부츠와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제품의 장점인 4계절 공기청정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 조금은 귀여워(?) 보이는 '007 제임스 본드'역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까지 동반 출연해 화제가 됐다.

광고에서 김연아는 '4계절 깨끗한 바람을 찾아라'는 미션을 받는다. 그리고 사제 간의 완벽한 호흡과 연기를 통해 자신들의 무결점 이미지를 삼성 하우젠에어컨 제로의 깨끗한 바람과 대비시킨다. 이 광고는 또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고도의 액션 연기를 소화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스토리로 전개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세계 피겨 여왕'에서 '피겨 여제'로 등극한 김연아.그녀가 광고모델로서 가진 신뢰감과 진실된 이미지는 그 어떤 광고기법보다 강력하다.

특히 김연아의 눈은 여느 동양인들처럼 쌍꺼풀이 없이 크지만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눈 주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러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무결점 연기에서 나오는 자신감을 더욱 강조시킨다. 그리고 본드걸이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와 강한 눈빛이 형성하는 섹시 카리스마와 잘 어울린다.

많은 여성들이 서구형 미인을 닮기 위해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을 원한다. 하지만 쌍커플이 없는 김연아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장점으로 살려내 기품있는 연기와 탁월한 기술로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관중을 자신감 있게 사로잡는다.

본질적으로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어서 경기를 보는 남녀 모두에게 미학적 판타지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피겨스케이팅은 동양 선수와는 거리가 먼 서양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다. 김연아가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 국민에게 피겨스케이팅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은 이야기,눈부시게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으로만 비쳐졌다. 하지만 김연아의 등장으로 피겨스케이팅은 이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남성들은 김연아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통해 마치 걸 그룹에게 열광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접근을 하게 된다. 여성들 또한 그녀의 퍼포먼스를 한국의 여성미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긴다. 더 나아가 비주류였던 동양인 선수가 월등한 기량과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는 대리만족을 얻게 된다.

밴쿠버 올림픽의 금메달 시상식에서 보여 준 그녀의 눈물,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환한 미소에 우리는 또 한번 큰 감동을 받았다. 시상대에서 보여준 그녀의 눈물과 해맑은 미소는 '할 수 있다'는 당당함과 자신감,'마침내 해냈다'는 환희,그리고 승자의 여유로 충만했다. 김연아의 삼성 하우젠에어컨 제로 광고는 이 같은 김연아의 매력과 아름다움,도전과 성취의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송채훈(광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