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장변화..관련국 재개교섭 '멈칫'
당국자 "6자회담 재개 힘들어질 수도"

천안함 침몰사고가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미묘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초기만 해도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흐름이다.

사고원인으로 외부충격론이 급대두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초기 정보판단과는 달리 북한의 연루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천안함 사고와 6자회담 재개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6자회담 재개는 큰 틀에서 볼 때 작년 12월 이후 북한의 지속적 도발에 따른 대결과 긴장국면에서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도발 자제와 유화적 제스처, 북.미간 대화무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만의 하나라도 사고원인 규명결과에 따라 북한의 연루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회담 재개에는 심대한 파장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미.중.일.러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이 우리 군당국의 사고원인 규명작업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6일 "지금 상황이 매우 미묘하다"며 "천안함 사고원인이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6자회담 재개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개입가능성이 드러난다면 6자회담 재개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가설을 전제로 해서 얘기할 수 없지만 (만일 북한 소행으로 판명난다면) 예삿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미국의 대응방향이다.

당초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했던 미 행정부이지만 향후 조사가 진행되면서 어뢰 등 외부공격의 증거가 나올 경우 스탠스를 고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면 이것은 한국에 대반 도발이자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도발인 셈"이라며 "그렇다면 회담테이블에 앉아 비핵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주 커트 캠벨 미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향후 공동대응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중재를 축으로 진행돼온 6자회담 재개 교섭은 사실상 '스톱'된 상태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고리로 한 북.미 추가대화도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운 쪽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사고원인 조사가 북한의 개입 쪽으로 확실히 귀결될 지 여부는 현재 미지수다.

어뢰나 기뢰 등 외부충격을 확인하더라도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연루 여부가 똑 부러지게 입증되지 않더라도 그런 의심이 계속되는 쪽으로 조사결과가 나온다면 회담 재개에는 부정적 여파가 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핵심 소식통은 "어정쩡한 국면이 계속된다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계속 늦어지는 것은 회담재개 흐름에 가일층 부정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6자회담 조기재개의 신호탄으로 기대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연기 또는 무산되고 천안함 사태의 파장이 지속된다면 회담 재개전망은 어두워질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천안함 사고원인 규명작업이 진행중인 상황과 연계돼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천안함 사고원인 규명결과가 어떤 식으로 드러나느냐가 6자회담 재개 기상도를 갈라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