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상외교 3대 코드는 '배려ㆍ감성ㆍ영어'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12~13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간접 원전 세일즈'에 나선다. 46개국 정상들에게 우리의 원전이 안전하고 평화적 목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상외교 때 활용했던 전략들이 다시 한번 통할지 주목된다.

각국 정상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대통령의 '3대 코드'는 상대 정상의 입장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특유의 스킨십,영어 대화를 통한 속 깊은 대화 등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의 원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역지사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성과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2008년 11월 이 대통령은 노조위원장 출신인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라며 "노조를 만들까봐 정부의 압박을 받아 혼날 뻔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동질감을 느낀 룰라 대통령은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이 대통령은 수만명이 시위를 하는데도 국제적 약속을 저버려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미국과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며 "이게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샀다"고 전했다. 껄끄럽던 한 · 미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표기했던 것을 부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주일 만에 뒤집는 결과는 우연이 아니었다.

◆"악수만 백번 하면 뭣하나"

이 대통령은 감성외교에 적극적이다. 사회주의 국가 이외의 정상과 악수 정도밖에 하지 않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뜨겁게'포옹을 해 이례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폭탄주 '러브샷',호주 총리와 심야 술자리 등도 스킨십 외교의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회의 끝나고 악수하고 돌아오는 회담을 백번 하면 무엇하냐.한번을 만나도 완전히 기억에 남고,떠나고 나면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며 감성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라크 시장 진출을 성사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며 "혁명정부의 형제,친구들의 우정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영어 유머로 친밀도 높여

지난해 6월 한 · 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안녕하세요'라며 "이 대통령의 영어만큼 제 한국어 실력이 좋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농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외빈들과 만날 때 일상적인 대화는 영어로 한다. 한 참모는 "각국 정상과 친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꼼꼼하게 준비하고 유머를 적절히 사용한다. 대선주자 시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왕이 지은 시를 영어로 외웠다. "Place me in your eyes and close.Let me in your eyes live(나를 그대의 눈 안에 넣어주오.내가 그대의 눈 안에 살게 해주오)"라고 말해 모하메드 왕이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뉴욕의 한 석상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미 대선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사퇴한 점을 의식,"Why don't you ask me know-how win the primary?(나한테 경선에서 이기는 방법을 물어보지 그랬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