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율 낮춰 렌트비용 인하 '주효'
렌트비 손비처리→稅감면 효과
6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레드캡 렌터카사업본부 사무실.1997년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 5위 업체로 올라선 레드캡의 영업총괄부서인 이곳은 야전사령부를 방불케했다. 사무실 내 20여대의 전화기 벨은 연신 울리고 10여명의 직원들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이곳을 진두지휘하는 주용혁 레드캡 렌터카사업본부장(상무)은 "작년 말 6100대였던 보유차량이 3월 말 현재 7200대로 1000대 이상 늘었다"며 "3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기업과 금융회사,중소기업의 계약연장이 주 업무지만 외국인과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렌터카 문의가 부쩍 늘고 있어 올해는 8000대 이상으로 보유차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산업이 질주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회사차량을 대거 렌터카로 전환하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렌터카 차량대수는 5년 전 10만여대에서 올 1월 기준 22만대를 넘어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렌터카 업체 수도 514개에서 707개로 38% 늘어났다. 최근 들어 '렌터카 운전자=안정된 직장의 임원'이라는 인식변화로 자영업자,30대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들로 시장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5년 새 시장 두 배로 급성장
국내 렌터카 시장은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자양분삼아 양적 · 질적 변화를 거듭해 왔다. 시장의 양적팽창은 1997년 외환위기가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직접 구매 · 관리해 온 임원용 차량을 렌터카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대여사업조합 관계자는 "1997년 전만 해도 렌터카는 5만대를 넘지 않았다"며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세를 타며 2005년에는 인가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후 성장세를 타던 렌터카 시장은 2008년 9월 금융위기를 맞아 질적 변환기를 맞았다. 그동안 시장을 관망하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전문직 종사자들의 렌터카 이용이 급속히 늘어난 것.최근엔 렌터카에 대한 인식변화로 19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30대 전문직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 대표이사는 "예전엔 보이지 않는 괄시를 받았는데 요즘 호텔이나 골프장에 '허' 번호판을 단 중형세단이 오면 예우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고율 낮아 보험료 줄고 렌트비 인하
렌터카 시장의 급팽창은 철저한 보수 유지관리로 사고율을 낮춰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렌트비 인상을 막은 게 한몫했다. 초창기 렌터카는 주로 영업팀에서 빌려가 험하게 굴리다 보니 각종 안전사고로 보험률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렌터카 업체들은 24시간 차량보수와 유지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그만큼 사고율을 줄였다. 이에 따라 보험사에 내는 차량보험료도 절약할 수 있어 렌트비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남궁억 아주에이비스렌터카 영업본부장은 "업체가 보유한 차량 중 한 5대라도 사고가 나면 보유한 차량 전부의 보험료가 인상된다"며 "겨울철 눈이 내리면 스노체인을 대여차량에 무상공급하는 등 사고율을 줄이는 데 주력해 대여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보수관리로 중고차시장에서 렌터차량을 제값받고 팔 수 있게 된 것도 렌트비용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렌터카 업체는 통상 3년 임대 후 글로비스 중고차경매장,GS넥스테이션,서울경매장 등 대형 중고차매매시장 5곳에 중고차량을 매각하고 있다. 남궁 본부장은 "예전엔 중고시장에서 3년 탄 렌터카는 잦은 사고로 헐값을 받았다"며 "최근엔 중고차매매시장에서 렌터카 몸값이 일반차량보다 10% 정도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렌트비 전액손비처리,법인세 절감효과
렌터카는 개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리스차량과 달리 렌트비를 전액 손비처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 절감효과가 뛰어난 장점이 있다. 대여기간도 고객의 수요에 맞춰 1일에서 48개월까지 고를 수 있다. 취득 정비 보험 사고처리 수리 대차지급 매각 등 전 차량관리를 렌터카 업체가 맡아 번거롭지 않다. 특히 렌터카는 리스와 다르게 영업용 차량으로 분류돼 LPG 차량의 사용이 가능하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