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주연으로 돌아온 반도체…삼성전자 1분기 사상최대 실적
삼성전자가 비수기인 1분기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반도체가 핵심 수익원의 위상을 되찾은 게 기록 달성의 배경으로 꼽힌다. 휴대폰,TV 등 세트 제품들도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처음 적용한 올 1분기 연결 기준(해외 법인 포함)으로 34조원의 매출과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6일 발표했다.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조2300억원을 뛰어넘는 분기 사상 최대치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도 이례적인 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효과가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간판에 선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 예상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업계는 반도체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인 2조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2조149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2004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6년 만에 반도체 전성시대를 다시 열었다는 평이다.

반도체는 지난 2,3년간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현금을 벌어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회사 전체의 실적을 끌어내린다는 눈총을 받았다.

반도체가 힘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감산에 들어가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시작했고 올 1분기에는 고가 D램을 중심으로 수요 급증과 함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반도체 거래 중개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제품인 1기가바이트(GB) DDR3 D램의 이날 현물가격은 지난해 5월(1.4달러)에 비해 두 배가 넘는 3.06달러(평균)에 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통의 반도체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휴대폰,TV도 선전

LCD와 TV,휴대폰 등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다른 제품들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휴대폰은 1조1000억원대,LCD와 디지털미디어 부문은 각각 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안드로이드폰 등 글로벌 업체들의 스마트폰 바람몰이,대만 · 중국 등 후발 TV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예상 매출은 34조원이다. 전분기에 비해 13.4% 감소했지만 지난해 1분기보다는 18.6% 늘어난 실적이다. 전통적인 비수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올 전체 실적도 또 한 번의 기록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추세를 이어가면 올해 매출 150조원,영업이익 16조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 100조(136조원)-영업이익 10조(10조9200억원)원대' 동시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최근 복귀한 이건희 회장의 신수종사업 발굴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당분간 호실적이 기대되면서 이를 재원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회사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강세와 마케팅 비용 감소 등으로 영업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원가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올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IFRS 도입 영향은

삼성전자가 IFRS를 첫 도입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혼란도 벌어졌다. 지난해 4700억원이던 1분기 영업이익이 IFRS를 적용하자 59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증가율 계산 등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는 그동안 영업외이익으로 분류한 유형자산 처분이익 1050억원이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으로 영업이익에 편입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대상 계열사가 지분 50%를 초과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 바뀌면서 삼성전자가 지분 35.3%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는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과거 자산 총액이 100억원에 미달해 연결 대상에서 빠졌던 삼성전자축구단과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의 현지법인들은 1분기부터 연결 대상에 들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카드의 순이익에 대해서는 지분율만큼만 지분법 이익으로 인식해 영업외이익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훈/조재희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