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황제'의 피부는 까칠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그랬다. 흰색 모자를 눌러 쓴 그는 수염도 깎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장에 나타났다. 성추문 사건 이후 5개월 동안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그는 역시 '프로'였다. 프레스룸에 앉자마자 평정을 되찾고 두 팔을 단상에 기댄 채 진지한 태도로 질문에 응했다. 가끔씩 모자를 벗어 땀을 닦기도 하고 쏟아지는 질문을 조용히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남자 프로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타이거 우즈(35 · 미국)가 6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골프 복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200여개의 각국 언론사 취재진이 회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30여명의 기자들이 질문에 나섰다. 질문기회를 얻지 못한 기자들이 계속 손을 들고 질문 신청을 할 정도로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35분간 진행된 회견 내용 중 새로운 것은 아내 엘린이 마스터스를 참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날 그의 투어 복귀 회견에 대한 반응은 '변했다'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다시 사과한 우즈

우즈는 회견 초기 긴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간간이 미소를 띠며 질문에 답했다. 그는 "많은 사람,특히 아내를 비롯한 가족 및 가까운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그들을 속였다. 내 행동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또 "45일간 치료를 받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팬들과 접촉한 때문인지 "오거스타에서 받은 팬들의 환대가 더 이상 따뜻할 수 없었다. 그동안 팬들의 성원에 제대로 감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몇 개월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일 사과성명이나 지난달 ESPN과의 약식 인터뷰 때 한 말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더 겸손해진 태도

지난 주말 오거스타에 도착한 우즈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함께 연습라운드를 하며 코스 파악에 나섰다. 커플스는 "오늘 함께 연습해 정말 좋았다. 우즈가 골프장에 다시 나와 흥분돼 있었으며 얼굴이 밝았다"고 전했다. 우즈는 연습라운드 도중 일부 팬들이 사인을 요청하자 비교적 친절하게 사인해줬다. 지난해까지 연습라운드 도중에는 사인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당당하고 거침없었던 황제가 성추문 이후 벌어진 사건들 때문에 조금 겸손해졌다고 하는 것이 맞을 성싶다.

◆강해진 우승 집념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프로 데뷔 이듬해인 1997년 이 대회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네 번이나 '그린 재킷'을 걸쳤다. 잭 니클로스(6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지난 4년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그로서는 우승을 통해 성추문 후유증을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문제는 5개월간의 '경기 공백',하지만 그동안에도 착실한 연습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를 위해 코치 행크 해니와 착실히 준비해왔고,오거스타내셔널GC가 그에게 맞는 코스라는 점도 우승에 자신감을 보이는 밑바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