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냐,주가 띄우기냐.'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진출 분야도 반도체,LED,전기차 등 요즘 잘나가는 유망 사업들이 단골 메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구체적 계획 없이 신사업 진출을 주가 올리기에 악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총 시즌이었던 지난달 22~31일 사업목적을 바꾸기 위해 정관을 개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130여개에 달했다. 대부분 사업 항목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고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업들은 신성장사업으로 촉망받는 신재생에너지부터 근래 업황이 좋은 반도체 · LED사업 등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분야의 사업을 추가하는 게 유행"이라며 "지난해까지 태양광,자원개발 등이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전기차 사업에 손대는 기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뉴로테크 엠앤엠 등은 전기차 제조 및 판매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포함시켰고,아로마소프트 폴리플러스 휘닉스피디이 등은 반도체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한 상장사가 여러 가지 사업을 한꺼번에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신재생에너지업체인 경윤하이드로에너지는 전자금융업과 신용카드업,소프트웨어 개발,전자상거래업,무역업,폐기물 수집운반업,태양 및 연료전지 개발업 등 26개 사업 항목을 추가했다. 기존 항목을 합치면 총 48가지 분야의 사업을 진행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이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통과되자 주가는 5% 뛰었다. 신규사업 진출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들여 주가를 높이는 호재가 된다. 유망 사업에 해당되면 테마주로 묶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선언'으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껍데기뿐인 '공약(空約)'으로 드러나거나 세밀한 준비 없이 진행돼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무선데이터카드 사업이 주력인 씨모텍은 지난달 29일 주총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다음 날 주가가 14.78% 뜀박질했다. 하지만 31일엔 '전기자동차 사업목적 추가는 장기적으로 신규 사업을 검토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자료를 내자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엔터테인먼트회사 디초콜릿도 지난달 3D 콘텐츠 사업 진출을 밝히면서 연일 주가가 급등했지만 사업 준비 부족으로 3D 콘텐츠 제작사의 설립이 미뤄진 후 급락을 면치 못했다.

특히 재무구조상 한계에 내몰린 기업들이 신규사업 추가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매출액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뉴로테크는 정보통신사업,LED전광판,반도체 장비개발,전기차 연구사업 등 12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한때 감사인의 의결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우려됐던 메카포럼은 지난 주총에서 의료사업과 LED조명 사업,화공약품 판매업 등 20개의 신규사업을 내걸었다.

김완규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위기에 몰린 기업일수록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본업과 연관 없는 유망사업 진출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대부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되지 못한 껍데기 사업에 그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업체들이 신규사업으로 제시하는 LED,반도체 사업 등은 오랜 투자와 역량이 필요한 분야"라며 "기업의 역량과 재무구조 등을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