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다음 주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심사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농협이 기존 보험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정부와 농식품위 위원들을 상대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농협도 "개정안은 당초 요구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국회 13~14일 집중 논의

국회 농식품위는 오는 13~14일 이틀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농협법 개정안을 집중 논의한다.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16일 전체 상임위원회를 거쳐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험업계의 예상이다.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농협 공제사업의 보험사 전환 문제다. 농협 공제는 지금까지 일반 보험대리점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개정안은 농협은행과 회원조합에 '금융회사 보험대리점' 지위를 부여하되 '방카슈랑스 룰'을 5년간 유예하도록 돼 있다. '방카슈랑스 룰'이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보험상품을 팔 때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 이하 되도록 하고,보험 판매 전담 직원을 2명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농협은 첫해엔 농협보험을 100%까지 팔 수 있지만 2년차부터는 15%포인트씩 줄여 6년차엔 25%로 맞춰야 한다. 농협은 그동안 지점 및 단위조합에서 농협공제(보험) 상품만 100% 팔아왔기 때문에 이 비중을 낮추는 데 10년의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개정안은 특혜라고 주장하는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개정안이 농협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동일기능과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민간 보험사와 같은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특례가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특히 '방카슈랑스 25% 규제'를 유예한 상태에서 자동차보험과 변액보험 등 생 · 손보 대표 상품을 새로 팔기 시작하면 기존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 있고 농민의 보험 선택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전국에 4000개 이상의 회원 조합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이 보험시장에서 단숨에 4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농민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 각종 불완전 판매나 대출과 연계된 '꺾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험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룰 10년 유예 요구하는 농협

농협은 중앙회(지점 1135개)와 지역조합(4360개)으로 분리돼 있다. 농협은 중앙회의 경우 방카슈랑스 룰 적용을 10년 유예해줘야 하고 지역조합에 대해선 방카슈랑스 룰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1960년대부터 특별법인 농협법에 따라 보험을 판매해온 만큼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역 조합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농민에 대한 재해보험 등이 많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룰을 적용하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예외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 공제사업 부문의 총자산은 2008년 말 기준 27조8000억원으로 농협보험이 출범하게 되면 자산 규모로 봤을 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를 통틀어 4위로 올라선다.

강동균/이태훈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