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결산이 끝나자마자 잇따라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20선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해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증시 사상 최대인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시중자금이 공모시장에 몰려들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일반공모 방식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 9개가 줄줄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대한전선 세하 톰보이 넥스트코드 등 4개사는 대규모 일반공모 방식으로 증자를 진행하고,삼호개발과 대양금속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증자 규모가 2454억원인 대한전선을 비롯해 조달 규모도 만만치 않다. 제지업체 세하는 이날 159억원 규모로 증자를 추진키로 했고,삼호개발과 대양금속의 증자 규모는 각각 139억원,202억원에 달한다. 톰보이는 180억원,넥스트코드는 94억원 규모로 진행한다. 특히 톰보이의 증자 규모는 현재 시가총액(226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결산 직후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부채를 갚기 위해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며 "지수가 1700선에서 잇따라 전고점을 깨면서 자금이 필요한 상장사들이 증자를 단행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 달 3~4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일반공모 기준) 삼성생명 청약을 앞두고 있는 점도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생명 공모에 10조원 안팎의 시중자금이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앞두고 공모시장이 살아날까 하는 기대가 솟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선이 오는 19~20일 청약을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대부분 이 시기에 공모가 몰려 있다.

지난해 상반기 IPO 공모시장 열기와 함께 기아차 CB 발행과 하이닉스 증자 등의 일반공모 시장이 큰 인기를 모았지만 현재는 공모주를 제외하고는 기업공모 흥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한 투자분석담당 연구원은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시도는 주가 희석화란 부정적 측면과 기업의 성장 의지라는 긍정적 측면이 혼재돼 있어 관련주의 움직임도 극과 극으로 갈린다"며 "해당 기업의 자금조달 목적과 기업의 현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