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의 국내 최고 흥행기록 수립,3D-TV 등장 등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쌍용건설이 건축물 설계에 3D 기법을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3D영상은 분양상담 분야 등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설계에 이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3D콘텐츠 분야 중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는 분야는 인테리어 3D 영상 분야다. 단위 세대의 설계 및 인테리어 정보를 3D모델링을 통해 시각화하고 이 정보를 다시 영상 콘텐츠로 가공해 만드는 방식이다. 가상의 공간에 마감재를 변경해 관람하거나 확장형 · 비확장형 정보를 실시간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모델하우스와 달리 전시품목이 없는 상태에서 시공될 주택의 구조와 마감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시공될 주택을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쌍용건설은 3D영상의 이런 다양한 장점들을 서울 중구 회현동 '스테이트 타워 남산(조감도)'오피스 현장의 설계에 도입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BIM 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치해 운영중이다. '스테이트 타워 남산'은 서울 회현동 2가 4693㎡ 부지에 건폐율 51.91%,용적률 994.43%가 각각 적용돼 연면적 6만6799㎡ 규모로 지어지는 오피스 빌딩이다. 2008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이다.

빌딩정보 모델링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기존의 평면 설계(CAD)방식을 입체화 한 것이다. 평면 설계 방식은 건축물의 전면,양측면,후면,옥상 등 외부와 각종 전기,설비 등 내부 시설을 수백 페이지의 도면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각각의 도면을 일일이 찾아 비교한 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입체로 된 건축물을 평면으로 설계함으로써 각종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3D로 설계하는 BIM방식은 다양하고 복잡한 건물 외관 및 구조를 설계도면이 아닌 모니터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전기 배선,설비 배관 등의 겹침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시간,자재,에너지 사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3D 설계를 도입한 쌍용건설의 현장에선 과거 설계 오류 해결을 위한 △문제점 파악 △분야별 협의 △설계 변경 등에 4~5일이 걸리던 것이 금방 해결된다. 작업자들은 실시간으로 문제를 파악해 설계변경에 반영하고 있다. 또 현장 부지의 복잡한 고저차를 입체화해 검토 과정을 간소화함으로써 터파기 공사의 원가도 약 10% 절감하고 있다. 특히 건설장비의 작업범위와 현장 구조물간 충돌 여부를 미리 파악해 장비운영 일정과 시공순서를 조정함으로써 공기 단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BIM을 활용해 시공할 경우 유지 보수 업무까지 매뉴얼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초기 비용 대비 '+알파'의 효과를 누리고 있어 유지관리가 수월한 BIM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BIM 설계는 해외에선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 참여시 발주처의 요구사항으로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BIM 설계 도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BIM 설계를 적용할 경우 초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공사보다는 발주처의 의지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초 설계 단계부터 BIM 적용시 약 20억원의 비용이 들고,시공 단계 적용시엔 약 2~3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남산 쌍용 플래티넘 주상복합,서울 도곡동 동신아파트 리모데링,부산 기술보증기금 사옥,용인시민체육공원 건설에 BIM을 적용했거나 적용하는 등 3D설계 적용을 늘리고 있다. 쌍용건설 건축기술부 박윤섭 이사는 "2007년 최초 검토 후 2008년 남산 쌍용 플래티넘 현장 시범 적용에 이어 2009년부터 스테이트 타워,서울 도곡동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으로 확대했다"며 "향후 3D설계 화면에 자재종류,시공 및 유지보수 일정 등 추가 정보를 입력해 건물 유지관리에 활용함은 물론 친환경 건축물 분야까지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회사는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3D 가상 체험관도 운영 중이다. 서울 송파구청 인근에 위치한 리모델링 전시관 내에 극장 형태로 꾸며진 체험관에선 3D 안경과 실제 천정 높이의 스크린을 통해 리모델링 된 아파트의 내부 곳곳을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쌍용건설이 리모델링 설계를 실시한 단지들의 방과 거실,주방,욕실 등 각 공간의 변화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대형 평형의 경우 △2~3세대의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동시 거주형'과 △별도의 독립공간에서 생활하는 '2가구 분리형'설계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쌍용건설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의 주민들로부터 사전에 신청을 받아 가상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양영규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장은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기술을 활용해 각종 마감재와 가구,인테리어까지도 3D로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후 모습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고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