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6일 발표한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날 국방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스티븐 추 에너지장관,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5~10년간 미국 핵정책의 방향과 기조가 담긴 NPR를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NPR의 내용과 관련해 사전 배포한 성명에서 "미국은 미국 혹은 동맹 및 파트너들의 중요한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제한된 환경에서만 핵무기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무기 및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핵 비보유국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과거 정권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입장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이번 NPR는 핵 비보유국에 대해서도 "국제조약에 대한 비확산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사실상 북한과 이란을 핵공격 대상 국가로 남겨놨다.

이번 NPR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할 새로운 무기감축협정 조인식,12~13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발표돼 미국 핵안보전략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위 차원의 경우라도 핵무기 사용 조건을 크게 제한하겠지만 북한 · 이란과 같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거나 위반한 '국외자(outlier)'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고,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재래식 무기가 효과적인 억지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란이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추는 것이 실제 핵무기 보유만큼 위험하다는 이스라엘의 견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한채 북한을 예로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기 전에 북한은 단순히 핵 능력이 있는 국가로 불렸던 적이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해당 국가가) 평화적 목적을 위해 핵에너지를 추구하는지,무기 제조 능력을 갖추려 드는지를 잘 분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