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증설하고 싶어도 장비가 부족하다. 'LCD(액정표시장치) 업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밀려드는 공급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늘리려 해도 장비가 부족해 증설이 쉽지 않은 게 요즘 LCD 시장이다.

6월 월드컵을 앞두고 대형 TV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올 1분기 LCD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2% 증가한 25억300만달러에 달했다. 세계 1,2위로 관련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LCD 수요가 늘어나자 대규모 증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공장 증설에 보다 적극적인 곳은 LG디스플레이다. 공급이 많이 달리는 대형 패널 분야에서 삼성 보다 앞서 양산 능력을 확대해 이 분야 1위에 오르겠다는 공격적인 행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1조4860억원을 투자해 세 번째 8세대 LCD 생산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55 · 47 · 32인치 등 TV용 LCD 패널을 주로 생산하게 된다. 월 생산 규모는 6만8000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가동 중인 첫 번째 8세대 라인(P8)을 통해 월 10만5000장(투입 원판 기준)을 생산 중이다. 올 상반기로 가동 시기를 앞당긴 두 번째 8세대 라인의 생산능력은 12만장.여기에 세 번째 라인이 완성되면 내년부터 월 29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8세대 기준 월 21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를 제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800억원 규모의 LCD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공장의 생산을 효율화하는 데 투자해 월 20만장 규모인 8세대 LCD 생산량을 2만~3만장 정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소니와 합작해 설립한 8-1-1라인과 8-2-1라인(S-LCD),독자 투자한 8-1-2라인 등 모두 3개의 8세대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라인마다 각각 월 7만장씩,총 월 21만장의 LCD 생산능력을 갖췄다. 8-1-2라인의 생산 효율화 투자가 완료되면 총 생산능력이 월 24만장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내년부터 월 29만장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LG디스플레이에 외형 면에서 밀릴 수 있는 게 문제다. 업계가 삼성의 추가 투자를 예상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네 번째 LCD 라인인 8-2-2 라인을 조기 구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이 새 라인을 건설하면 2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올 하반기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LCD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은 2011년 가동을 목표로 쑤저우에 7.5세대 LCD 공장을,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2012년까지 8세대 LCD 공장을 짓는 계획을 마련,중국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중국은 공장 건설을 신청한 한국,대만 업체 중 몇 곳을 선별해 4월 중 허가를 내줄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LCD 업체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 1분기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약 6조1000억원,LG디스플레이가 5조8000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 모두 1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할 기세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의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은 지난 2008년이다. 각각 5조1500억원과 4조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2조4000억원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