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업계는 올해 들어 철강 생산 및 내수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최근 급등하기 시작한 원자재 값이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잇따른 선박 수주로 최악의 국면을 넘긴 조선업계도 여전히 선박 인도 연기 및 발주 취소,선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재 값 급등에 철강업계 '비상'


철강업계는 올해 초만 해도 작년의 침체 상태를 털어버리고 회복기를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자동차 전자 등 수요 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수익성도 회복되는 추세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들의 1분기 실적도 작년 동기 대비 2~3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턴어라운드를 예상하고 있던 철강업계가 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쇳물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원료탄,고철 값이 급등하면서 세계 철강 시장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코와 일본 신일본제철은 최근 발레사와 올해 2분기에 들여올 철광석 가격을 작년보다 83~86% 오른 t당 105달러 선으로 잠정 합의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선 수치다. 유연탄 중 고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강점탄은 전년 대비 55% 인상된 t당 200달러에 합의를 마쳤고,PCI 반무연탄은 전년 대비 91% 인상된 t당 170달러 수준에서 대부분 공급사와 계약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재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이르면 이달 안에 열연강판,냉연강판,후판 등 주요 철강재 가격을 10~20%가량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철근과 H형강 가격을 t당 5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문제는 철강업체들이 원자재 값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제때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입 철강재 가격 및 국내 수요 산업의 원가 문제 등을 고려해 순차적인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급등하는 원자재 값을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향후 원자재 값의 추가 급등 여부에 따라 철강 경기에 대한 전망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도 문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중국의 철강재 공급 과잉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종 봄날은 언제…



작년 최악을 기록했던 조선업종은 올해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생산(건조)과 수출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발주가 끊겨 기존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인도 연기와 수주 취소 등도 발생하고 있다.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이나 유가 상승에 힘입은 해양플랜트 등이 부진을 만회하고 있지만 수출 등 전 세계적인 물량 감소로,특히 컨테이너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주잔량이 2년~2년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생산은 작년보다 7.7% 감소한 1200만CGT,수출은 6.5% 줄어든 4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7위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국내 중소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국내 8위 조선사인 SLS조선(옛 신아조선)은 작년 12월 오랜 수주 가뭄과 선박 인도 연기,발주 취소 사태 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형 조선사들도 발주 취소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발주 취소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잇달아 수주 소식을 전해오던 국내 조선업계에 다시 위기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관련 각종 지표들은 아직 봄날을 느끼기엔 부정적이다. 지난달 1일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총 517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2008년(6750만CGT)보다 4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올 하반기부터 상선 수주가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조선소를 더 이상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가지수 역시 1년반 이상 연속 하락해 136포인트 선을 맴돌고 있다.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러박스로 불렸던 대형 조선업체들의 재무구조는 악화된 지 오래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