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이 너무 빨리 올랐어요. 작년말 전세계 '출구전략'이 미뤄지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원재료에 몰린 거죠. 그렇다고 철강사가 수요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법이죠."

국내 철강업계는 요즘 1위 철강사인 POSCO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POSCO의 가격인상이 내수가격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POSCO의 한 마디에 마진률이 달라지는 것이다.

"POSCO, 가격인상 늦어도 5월초 단행할 듯"

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POSCO의 제품가격 인상은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중 원재료(철광석, 유연탄, 고철)에 대한 가격협상이 먼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POSCO의 가격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원재료의 글로벌 인상률이 철광석은 기존보다 평균 95%, 유연탄은 7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철강재의 인상폭이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철강업종을 분석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POSCO는 톤당(열연기준)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상폭이 크면 클수록 철강사들도 이득을 많이 챙길 수 있다. 이는 영업실적을 미리 반영해 움직이는 주가그래프를 봐도 짐작할 수 있다.

◆POSCO·현대제철 '폭풍전야'…현대하이스코·동부제철은 '급상승'

대형 철강주들의 최근 주가움직임은 폭풍전야와 같다.

가격인상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과거 40년간 변하지 않았던 철강원료의 연간계약 조건이 분기계약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제품가격이 수시로 변동할 수 있는 악재(불확실성)가 등장한 셈이다.

POSCO 주가는 올초부터 원재료 값이 급등한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달간 연중 최저가(51만2000원)를 기록할 정도로 낙폭이 컸다. 이후 주가는 두 달 가까이 박스권(52만원~56만원)에 머물러 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 주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소폭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9만원대 언저리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하이스코와 동부제철의 주가흐름이 심상찮다. 연일 급상승 중이다.

[분석]"철강값 매기기 어렵네~"…왕따는 '후판'
현대하이스코는 두 달 전부터 꾸준히 올라 이달초 연중 최고가(2만500원, 4월7일) 기록을 세웠다. 동부제철의 주가그래프도 약간 조정을 받았을뿐 현대하이스코보다 더 가파르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매출구성에서 판재류(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열연 및 냉연은 주로 자동차와 가전기기를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이는 전방업종이 자동차와 정보기술(IT)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자동차와 IT는 최근 계절적 성수기까지 이어지며 경기회복에 따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만큼 철강수요가 타이트하다는 얘기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POSCO도 재료인상분을 철근, 형강(봉형강류), 냉연, 열연, 후판(판재류) 등 모든 제품에 반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요가 많아야 가격협상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냉연 및 열연 제품의 경우 재료인상분 100%를 철강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격인상? 후판은 '왕따'…동국제강 '우햐향'

반면 전방산업이 건설 및 조선업종인 봉형강류와 후판의 경우, 가격인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정영권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근, 형강을 제조하는 전기로업계는 건설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수요가 없어 가격인상도 쉽지 않고, 인상폭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좀처럼 업황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조선사에 납품하는 후판 제조사에게도 해당된다.

박기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교적 후판을 많이 생산중인 업체들은 납품처인 조선업계의 건조량이 매우 중요하다"며 "납기지연까지 겹치면서 업황이 좋지 못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무엇보다 후판의 가격인상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분석을 선반영이라도 하듯 후판의 생산비중이 큰 동국제강 주가는 연일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석]"철강값 매기기 어렵네~"…왕따는 '후판'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