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나흘 만에 소폭 반등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하락전환하며 1120원선에 턱걸이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0.24%) 내린 1120.5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1119.8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서울 환시는 외환당국과 시장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펼쳐졌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9일 연속 주식 순매수에 나서고, 수출업체들도 네고물량을 공급하며 하락압력을 가했지만 당국의 1120원에 대한 방어의지는 대단했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전언이다.

밤사이 소폭 하락한 역외환율을 반영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122원으로 출발한 뒤 이내 1124원으로 반등하며 장중 고점을 확인했다.

이후 중국의 위안화 절상 기대감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지속으로 환율은 하락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공세가 펼쳐지며 개장 22분 만에 1120.7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결제 수요가 꾸준히 나오고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며 환율은 서서히 반등, 개장가 부근인 1122원대로 낙폭을 만회했다. 이후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원 가량 낮은 1121~1122원 사이에서 호가됐다.

오후 들어 환율은 오전 장 후반 수준인 1121원대에서 한동한 횡보한 후 본격적인 하락시도에 나섰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매수 자금이 2000억원을 육박하며 환율을 아래로 밀어내는 데다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까지 출회하며 하락압력을 가했다. 이에 환율은 오후 1시 37분 1120.6원까지 되밀렸다.

외환당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20원 가까이로 떨어지자 당국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또다시 등장하며 환율을 1122원대로 힘겹게 끌어 올렸다. 일부 딜러들은 당국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개입을 단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장 막판까지 환율은 1122원대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이미 당국의 개입을 예측한 시장참가자들은 이 때를 기회로 노렸다. 역내외 세력들은 달러 매도에 집중적으로 나서면서 환율을 1120원대로 빠르게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120.4원까지 미끄러지며 장중 저점을 확인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20.4~1124원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일중 3.6원의 등락폭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전문가는 "오늘 서울 환시는 시장과 당국의 '머리싸움'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역내외 세력들이 당국이 개입하는걸 알고 기다렸다가 장 막판 달러 매도에 나서 환율을 끌어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도 "막판 역외세력이 달러를 팔고 수출업체도 고점에서 달러를 매도하려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도 나오면서 환율이 내림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참가자는 "당국이 종일 방어의지를 보여준 만큼 1120원 밑으로 밀기는 부담스러운 장이었다"며 "결국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개입 경계가 지속되며 1120원이 지지됐다"고 전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1p 오른 1726.60을, 코스닥지수는 4.51p 상승한 510.90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97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장 마감 무렵 뉴욕장보다 하락폭을 늘린 1.3368달러대를, 엔달러 환율은 뉴욕장보다 상승폭을 확대한 94.07엔대를 나타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