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펀드성과 공시 국제기준인 '국제투자성과기준(GIPS,Global Investment Performance Standard)'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GIPS를 도입한 자산운용사는 하나UBS자산운용 등 총 33곳(2월말 현재)이지만 현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결과를 공개한 운용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당시 투자자들이 객관적으로 운용사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GIPS는 현재 30여개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펀드 수익률 명시 기준이다. 개별 펀드가 아닌 '콤포지트(composite)'라는 유형별로 펀드를 묶은 뒤 그 유형의 수익률을 명시하게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성장 주식형 펀드라면 해당 운용사의 모든 국내 성장 주식형 펀드의 동일 기간 수익률을 합산 발표해 다른 운용사와 비교가 가능하게 했다. GIPS를 도입하면 운용사들이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해도 성과가 좋은 몇 개 펀드의 수익률만 투자자들에게 선전해 운용성과를 왜곡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운용사들은 지난해 초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평가할 때 GIPS 도입 운용사에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앞다퉈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GIPS를 통해 산출한 수익률은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할 때만 제시하고 있다. 국내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GIPS 검증을 통해 내부 수익률 자료는 모두 만들었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요구할 때만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객관적인 비교 기준을 도입해 놓고 기관투자가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은 제도 도입 자체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계산한 운용실적은 홈페이지에 전부 공개하면서 GIPS를 통한 운용실적은 기관투자가들에게만 알린다는 것은 문제"라며 "자신들의 수익률이 경쟁사와 객관적으로 비교되는 부담감 때문에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