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발전은 속도위반 딱지를 뗄 정도다. "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올해 신년호를 통해 내놓은 현대차에 대한 평가다. 포천지는 현대차의 압축 성장스토리를 10페이지에 걸친 커버스토리로 상세히 보도했다. 업계는 포천지의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고 본다. 아시아 변방의 후발 자동차 업체가 10여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 7.8%를 달성 '글로벌 톱5'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룹 외형도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지난해까지 3배 가까이 커졌다. 2001년 36조446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96조3040억원으로 불어난 것.

2001년 현대차는 보유 후 90일이 지난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JD파워 신차품질 조사에서 37개 브랜드 중 32위를 차지했다. 최하위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상황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4년 7위로 끌어올린 뒤 지난해에는 4위에 올라 도요타를 제쳤다. 1~3위는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와 포르쉐,캐딜락이었다.

'품질경영'은 정몽구 회장의 10년 모토였다. 1999년 미국 사업장을 둘러본 뒤 '품질은 별로지만 싼 맛에 사는 차'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정 회장은 세계 자동차업계로선 처음으로 종합 품질본부를 설치했으며 매월 직접 품질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장에는 늘 실제 차량을 비치했다. 직접 눈과 손으로 차를 보면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모기 소리 정도의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수출을 40일간 늦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부품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업영역 재조정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단위 부품이 아닌 모듈(여러 부품을 조립한 덩어리) 단위의 생산이 이뤄져야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0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AS부품사업을 통합한 것이 시작이었다. 2005년에는 전장 부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오토넷과 본텍을 한 회사로 통합했다. 2008년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을 합병시켰다.

기아차를 현대차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전략도 먹혀들었다. 기아차는 디자인에 주목했다. '직선의 단순화'를 모토로 실험적인 디자인들을 꾸준히 내놓았다. 성과가 나타난 것은 2008년부터다. 모하비를 필두로 포르테,쏘울,로체이노베이션 등의 신차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미국 시장에서도 3%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