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영 '지분 거래' 풀리자마자 투매 조짐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단지에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이 이달부터 풀려 조합원들이 잇달아 아파트를 내놓고 있어서다. 매물 증가로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가락시영아파트가 다른 재건축 단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은행이자 못 견디고 투매

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되면서 가락시영아파트 인근 50여곳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총 6600채 가운데 900여채가 매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게재 매물을 제외하더라도 300채 이상이 진성 매물이라는 게 중개업소 추산이다.

고승균 스타경성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지위양도 허용을 예상한 주민들이 4월에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1월부터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이달 들어 매물이 10~15% 늘었다"고 말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재건축 규제 방안의 하나로 2003년 12월31일 이후 재건축 단지 지분을 매입하면 소유권은 인정하되 조합원 자격은 얻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매물을 내놓는 조합원 중에는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가락시영은 2003년 12월 이전 조합인가를 받아 한 차례 거래가 가능했던 단지여서 시세가 폭등했던 2006~2007년 매입한 조합원이 많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행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팔겠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손절매하겠다는 조합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은 늘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데다 조합과 조합 측 사업계획안에 반대하는 주민 간 소송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가격도 약세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가락시영1차 13평형의 경우 5억500만~5억1000만원 선으로，5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됐던 작년 하반기보다 4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2007년(5억8000만~6억원)과 비교하면 15%가량 낮은 수준이다. 큰 평수는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가락1차 17평형은 6억30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6000만원 안팎，2007년보다는 1억~1억5000만원가량 낮아졌다.

◆소송으로 조합원 지분거래 숨통

가락시영 조합원들이 지분거래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계속 이어지는 소송이다. 작년 8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 이후 2년간 착공하지 못할 경우 2년 이상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들은 지위 양도 금지 조항에서 해제된다. 2008년 4월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가락시영은 조합 측의 사업추진 방식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의 조합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2008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조합 업무가 정지됐다. 이로 인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2년이 지난 이달부터 조합원들이 지분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한편 가락시영아파트 조합은 비대위 측이 제기한 업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최근 서울고법 민사25부가 취소함에 따라 6일부터 업무를 재개했다. 하지만 비대위 측에서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집행정지(민사소송의 가처분에 해당)를 신청，조합 업무가 다시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