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경제학과 50돌…'압축성장' 이끈 서강학파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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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교수 동문 8일 행사
한국의 개발연대를 주도한 '서강학파'의 산실인 서강대 경제학과가 출범 50돌을 맞는다. 개교기념일(18일)에 앞서 경제학과 동문 및 전 · 현직 교수 등이 8일 모교에 있는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서강학파 신 · 구세대가 총집결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이승윤 · 김만제 전 부총리,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 등 서강학파의 '창시자'인 전 · 현직 교수와 양호 코어파이낸스그룹 회장,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정낙초 대우자동차판매 전무,이병남 LG인화원장,남인 국민은행 본부장,김범호 SPC 전무,이강행 한국투자증권 전무 등 동문들이 대거 참석한다.
서강학파는 1970~80년대 한국의 개발연대를 주도한 서강대 교수 출신 경제관료를 지칭하는 단어다. 시초는 남덕우 전 총리,이승윤 · 김만제 전 부총리 등 미국 유학파로 대표되는 1세대다. 남덕우 당시 교수는 1969년 10월 재무장관 발탁 이후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1971년에는 이승윤 교수가 금융통화운영위원에,김만제 교수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대원장에 올랐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정책과 성장모델을 설계한 '서강학파 트로이카'로도 불린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970년대에 정통 시장경제 논리로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의 이론적 기반을 완성한 것이 서강학파의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8 · 3조치'에 따른 사채 동결과 제2금융권 개발(1972년),부가가치세 도입(1976년) 등도 대표적 성과로 꼽았다.
서강학파 2세대로는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김병주 명예교수 등이 있다. 이들 역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제정책 결정 · 집행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의 제자인 3세대부터는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생들이 서강학파의 명맥을 잇고 있다. 김광두 · 김경환 · 남성일 교수와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산업 · 부동산 · 노동 · 은행 등 자신의 확실한 전공분야를 갖고 있다는 점이 1~2세대와 다른 특징이다.
서강학파는 한국의 압축성장에 기여했다는 찬사만큼이나 비판과 논란의 대상에 오른 적도 많다. 1960년대 '자주경제론',1970년대 '종속론' 등을 따르는 반대파 경제학자들은 개방경제 모델을 지지하는 서강학파 1~2세대와 끊임없이 대립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가 "서강학파의 불균형 성장론은 실패했고,이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 한다"며 공개 비판하자 이 학과 교수들이 "대학생 수준"이라며 날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경제학과 졸업생들은 금융 · 재무 분야에 많이 진출한 '신 서강학파'로 계보를 잇고 있다. 이들은 금융회사가 밀집한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동문이 많아 '여의도 서강학파'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과 펀드매니저,채권전문가 등에 80년대 학번이 많이 포진했다. 2000년대 학번 이후 역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계 취업비율이 높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