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7시.서울 돈암동에 사는 김성철씨(32)가 출근길에 올랐다. 전날 밤 집 앞 놀이터에서 취객들이 떠드는 소리,오토바이 경적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마을버스를 타자 라디오와 안내방송이 번갈아 흘러나왔다. '안경테 최저가 2만원 우리안경집!' 광고방송도 귀에 따갑게 들렸다. 지하철 역시 차량소음과 안내방송,광고방송,휴대폰 통화소리, 이어폰 음악소리로 가득했다.

직장인들은 소음 속에서 출근하고 소음 속에서 퇴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은 '소음 공화국'이라 할 만큼 시끄럽다. 주거지역 소음도 심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45개 도시에서 연평균 환경소음을 측정한 결과 낮 시간대에는 주거지역 10곳 중 6~7곳(67%,30곳)이,밤 시간대엔 10곳 중 8곳(82%,37곳) 이상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화성이 낮과 밤 모두 62데시벨(dB)로 가장 소음이 심했다. 한밤중에도 백화점에 있는 것(60)처럼 시끄럽다는 얘기다. 김포(낮 60,밤 55),평택(58,52),충북 청주(57,51)도 기준치(50,40)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도 낮이 55dB,밤 51dB로 청주와 비슷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화성은 지역개발로 인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 밖에 소음도가 높은 지역들은 대부분 인구와 교통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경기도 남양주(54,45),성남(58,49),전남 목포(54,47),나주(57,46)의 소음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철도소음 측정 결과에선 열차 운행대수가 많고 고가도로 등 주변 소음원이 많은 서울 영등포가 34개 지점 중에서 가장 높은 67dB(밤 시간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소음은 15개 공항 102개 지점을 측정한 결과 항공기소음한도인 75WECPNL(웨클) 이상인 지점은 9개 공항의 40개 지점이며 광주공항(86웨클)이 가장 높았다. 청주,대구,군산공항이 85웨클로 뒤를 이었으며 인천공항은 64웨클이었다. 도로진동은 6개 도시 34개 지점이 모두 기준 이내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주거지역 소음도가 높고 올해부터 철도소음한도가 강화(주거 65→60dB,상업 70→65dB)됨에 따라 시 · 도 및 철도공단과 함께 소음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생활소음 전문가인 김정태 홍익대 교수(기계디자인공학)는 "소음에 노출되면 대화방해,수면장애는 물론 스트레스와 혈행장애로 심장과 뇌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도로를 소음이 적은 반지하 터널로 만들고 저소음 포장재를 사용하며 주거지역에선 야채장사,광고차량 등 이동소음원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