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절차에 착수했다. 만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는 채권을 다 갚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7일 "올초 증권시장에 자금 악화설에 퍼진 후 모든 채권의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졌다"며 "지금 상황에선 워크아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내부 실무팀을 꾸리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차판매는 쌍용자동차가 받고 있는 법정관리보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인 워크아웃이 낫다고 보고 산은을 비롯해 SC제일은행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빠르면 8일 중 산은을 통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채무상환 유예를 통해 부도를 피할 수 있지만,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채권단이 대우차판매가 요청하고 있는 2000억원가량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산은 관계자는 "다른 채권은행들로부터 채무상환 유예 동의서를 받은 후 채권단 의결을 거쳐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며 "채권단 협의회가 75% 이상 동의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차판매가 최대 위기를 맞은 주요 원인은 주력으로 키우던 건설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서다. 아파트 미분양이 쌓인 데다 송도 개발사업 역시 당초 예상보다 지연됐다. 작년 11월부터 대지급해준 건설부문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만 해도 7000억~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매출원인 GM대우자동차와의 결별은 결정타를 날렸다. GM대우 차량을 판매하지 못하면서 전체 매출의 최소 35%가 줄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차판매는 올 들어 3800억원가량의 회사채(CP)를 갚았고,이달에만 약 250억원을 추가로 갚아야 할 처지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이달 만기인 채권이야 그럭저럭 갚을 정도는 되지만,문제는 다음 달에도 채권 만기가 계속 돌아온다는 점"이라며 "어차피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한다면 영업을 계속 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이 있는 현 시점에서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2002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후 8년 만에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단은 우선 우리캐피탈이나 서울자동차경매 등 비핵심 계열사와 유휴부동산 매각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교체와 함께 800여명의 관리직에 대한 인력 감축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대우차판매가 종업원 지주회사 성격인 데다 이 사장 역시 주요 주주란 점에서 막판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그동안 급락해온 대우차판매 주가는 이날 워크아웃 개시설(設)이 되레 호재로 작용하면서 전 날보다 105원(3.68%) 오른 2960원으로 마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