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을 타고 펀드 환매가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안착하자 하루에 5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갈 정도로 '펀드 런(run)'이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펀드 환매액은 1조5000억원을 웃돌아 1조9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주목되는 것은 최근의 펀드 런 현상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증시 전망을 나쁘게 보아서라기보다는 과거 투자했던 자금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내게 되자 서둘러 회수(回收)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또 이런 분위기로 인해 펀드 환매가 향후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최고점이던 2008년 10월 이전에 코스피지수 1700 위에서 주식형 펀드에 들어왔다가 현재 남아있는 자금은 25조원으로 추산된다. 환매 대기자금이 상당할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일부 채권 쪽으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수조원이 유입되는 데서 보듯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부동화하는 상황인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만큼시중자금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고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펀드 런 현상과 시중자금의 흐름에 보다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다. 우선 유동성(流動性) 과잉에 따른 부동산가격 버블 등의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유자금에 길을 터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3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에 한해 작년에 폐지했던 소득공제를 부활하고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 해외펀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분리과세하는 등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펀드 수수료를 낮추고 유명무실한 '자투리 펀드'를 없애는 등 투자자 보호와 시장 정비에 나서야 한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증시 발전의 토대라는 점을 거듭 되새길 때다.